임원의 퇴임과 새 출발 이야기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니 출근할 수 없는 새해가 밝았다.
아쉬움 또는 섭섭함 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면 되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퇴임 임원의 가이드라인 같은 안내를 회사에서는 해 주지 않았다. 다른 회사들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2년 동안 ‘비상근 고문’의 자격(퇴임 임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이 주어져 경제적인 변화는 거의 없지만, 시간적인 변화는 어떻게 해야 하지? 주위 사람들은 30년 동안 고생 많았으니 여행도 다니고 푹 쉬라고들 한다. ‘그냥 쉬고 있으면 되나?’ 당장 재취업할 생각은 없었지만, 골프 치고 여행 다니면서 쉬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퇴임한 임원의 그다음 스텝에 대한 자료들이 있는지 온라인과 도서관에 가서 도서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뚜렷이 방향을 안내해 주는 정보를 찾기 힘들다. 뭔가 답답하다.
그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1년 전 퇴임한 입사 동기 B대표에게 연락하였다. 그는 나와 다른 분야에서 전무로 퇴임한 후 비상근 고문 기간 1년이 경과하기 전에 중견기업 대표로 새롭게 포지셔닝 하였다. 그의 퇴임 후 지난 1년간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잘 지내시지요?”
“안녕하세요. 전무님. 안타까운 소식은 들었습니다.”
“네. 대표님 보다 1년 더 버티었네요. 대표로 부임하신 회사에는 잘 적응하고 계십니까?”
“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표님이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내오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퇴임 임원이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없어서 대표님으로부터 조언을 받았으면 합니다.”
며칠 후 카페에서 B대표를 만났다.
본인이 퇴임 이후에 노력해 왔던 것들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놀라웠다.
B대표도 비상근 고문의 자격이 주어졌는데 그는 퇴임 초기부터 가만히 있지 않고 활발히 움직였다. 생각보다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해 준 이야기 중에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개미와 베짱이’.
비상근 고문 혜택을 받는 그룹 퇴임 임원은 퇴임 후의 행태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고 하였다. B대표와 같이 퇴임 직후부터 새로운 포지션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과 비상근 고문 2년 동안 푹 쉬는 사람.
하지만 2년 동안 Refresh 한 임원은 고용 시장에서 그 2년을 경력 단절 기간이라 판단하여 새로운 포지션을 찾기가 매우 힘들어진다고 한다. 오랜 기간 고생했으니 당분간 푹 쉬라고 한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B대표가 이야기해 준 본인의 활동들을 수첩에 받아 적었다.
· 다수의 서치펌에 이력서 등록
· 채용 공고 수시 체크
· ‘한국경영자총협회’ 주관하는 기업회생전문가 과정 수료
이 과정을 수료하면 법원에서 법인 회생 사건 감사 선정 인력풀에 들어간다고 한다
·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
· 규칙적인 생활 패턴 유지
이외에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했던 나에게 소중한 조언을 많이 해 주었다. B대표와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예정 글 : 제7화_출근하지 않는 일상(日常)이 시작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