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이 목숨걸고 지켜낸 보석, 민주화

소년이 온다, 한강

by 송민경

드디어 한강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노벨상의 원작이라니..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었는데요.

지금까지 '화려한 휴가'등의 영화로는 종종 접했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책으로 접하니,

글을 통한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그 당시의 잔인함과 끔찍함, 안타까움을 조금 더 리얼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보통 연인과 가족과의 사랑을 메인 테마로 피가 터지고, 총을 맞고, 처참하게 죽는 장면을 그린다면, 소설에서는 죽은 시신들의 처참한 상태 묘사를 통해 어디를 어떻게 맞았고, 어떤 부분이 부패되는 중인지, 시취까지 묘사되며, 오감 전체에 잔인함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는 사망자 165명, 행방불명자 65명, 상이 후 사망자 376명 등 606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암매장자 및 미신고 인원을 고려했을 때 더 많을 것으로 추정...



이 책은 광주 민주화 운동 5.18을 주제로 힌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당시에 처참했던 현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했던,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사건의 끔찍함을 고발하고 있는데요. 사건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의 생생한 묘사나 행동의 서술을 통해 얼마나 슬프고 억울한지가 전달되어졌어요. 그리고 사건을 중심으로 5년후, 10년 후의 이야기까지 엮어내며, 죽을때까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합니다.



역사적 비극, 여러 사람 시점의 5.18, 그 생생한 기록들

첫 챕터는 친구를 잃은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평소 같으면, 중간고사를 끝내고 마당에서 한가롭게 배드민턴이나 치며 시간을 보냈을테지만,

그날은 시위 행렬에 있었고, 바로 옆에서 친구를 잃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평범했던 동호의 삶은 지옥으로 변하게 되는데요.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으러 나서며 도청까지 오게 됩니다.

도청의 널린 시신들은 끔찍한 상태로 동호를 맞이합니다.

시신 상태의 생생한 묘사는 그 당시 정부 진압 과정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특히 검은 숨 부분에서는 이미 죽어 영혼이 된 정대의 시선으로

사건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고문의 기록들, 불합리한 검열 과정,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등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직접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고,

그 당시의 우리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을 이야기 합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그들은 왜 저항했나 (feat. 인간 본성)

그 당시의 정부의 진압 과정은 인간의 본성의 밑바닥을 적나라하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내 가족, 친구가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볼 수만은 없었던 시민들은 들고 일어납니다.

그들이 저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사람에게 있는 양심이라는 보석 때문이었는데요.

그들은 그렇게 불의를 보며 인간으로써의 사명감을 느끼고, 직접 행동으로 인간임을 증명해 보여줍니다.

인간 본성의 가장 밑바닥과 가장 고귀한 부분의 각 극단이 교차되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기적처럼 자신의 껍데기 밖으로 걸어나와 연한 맨살을 맞댄 것 같던 그 순간들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사로잡은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P116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P134



또한 5년후, 10년 후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아픔은 죽을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게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한번 지옥을 겪은 사람들은 그 아픔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음을 이야기 하는데요.

정부, 나라에 대한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실망에 섞인 좌절감과 치욕은 한 사람의 삶의 의욕을 꺽어놓기 충분 합니다. 인간이기에 영혼과 양심을 앞세워, 저항했던 사람들은 부서진 영혼 앞에서 앞으로의 어떠한 기대나 희망도 상실한채 인간에 대한 미련을 접으며, 한번 깨지면 못쓰게 되는 유리와도 같이, 그 이후의 삶들이 회생불가능한 지옥 그 자체로 변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거야.-P130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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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었을까

한강 작가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가 된 어릴적 사건을 털어놓습니다.

10살 당시 아버지가 가지고 온 그 당시의 광주 사진집을 몰래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자신의 연한 부분이 깨어지는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이후 소설을 쓰기 위해 광주를 찾아 취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보고 여러 작품들이 겹쳐 생각이 났었는데요.

전쟁의 어두움과 끔찍함을 민낱 그대로 묘사한 소설 루이 훼르디낭 쏄린드의 '밤 끝으로의 여행'과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사람을 학대하는 유명한 소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바로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였는데요.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록문학으로 '소년이 온다'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역시 스탈린 체제하에 자행된 많은 부조리한 일들이 낱낱히 드러나 있구요.

그는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고 목숨걸고 지켰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부당한 일이 역사에 묻혀 잊혀지면 안되니까요..


사실 이 일이 발생한 시점이 1980년이지만 80년대생인 저조차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 인식이 될만큼 잊혀지는건 너무 쉬운것 같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문학으로 기록하고, 남겨서 계속 상기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죠.

역사는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비극이 되풀이 된다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잖아요.

사실 수용소군의 배경 아주 오랜 과거도 아니에요. 20세기에 일어난 일이고, 그 당시에 문화 수준도 낮다고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세대가 1~2세대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구요... 결국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로~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 남긴 책인 것이죠. 솔제니친의 따듯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어요~


한강 작가님 역시 사랑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이 책을 꼭 써야 겠다고 마음 먹었을 것 같았어요. 이런 비극이 반복되면 절대 안되니까..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이런 암울한 세상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아요. 저마다 바쁜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시대의 산물인 책들을 꺼내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치, 지속적 관심과 반성이 필요한 이유

다 아시잖아요.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가 잊고 묵인하는 순간, 역사는 반복됩니다.

최근에도 계엄령 등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들이 있었는데요.

나는 정치인이 아닌데, 왜 목소리를 내야 하나요? 라는 말이 왜..안되는지? 이해가 되실 거에요.

정치는 나, 그리고 나의 가족, 주변인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 꼭 잊지 말아야 해요.

저 또한 늘 깨어있는, 부조리에는 바로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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