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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패맨 Nov 20. 2022

간만에 복싱

간만에 부상

복싱 일을 그만두다

 10월을 마지막으로 보조코치 일을 그만뒀다. 정직원 제의도 받았으나 복싱 코치로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성격적인 부분도 있고 능력적인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복싱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물론 선수가 아니라 코치라고 해도) 복싱을 필수적으로 더 잘해야 한다. 더 악착같이 공부하고 훈련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실력이 뛰어났을 때 비로소 다른 이들이 신뢰를 가지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는 복싱뿐만 아니라 세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복싱이라는 스포츠 특성상 때리고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떤 열정이나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온전히 그 길을 걸음에 있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런 의미에서 나는 복싱을 내 업으로 삼 싶지 않았다. 사람들을 큰 소리로 지도하며 유쾌한 수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성향에 적합하지 않으며 불편하게 느껴졌고, 때리고 맞는 것에 특별한 열정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한 적성과 재능을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몇 년의 시간을 지하게 열심히 경험해봐야 하는데, 대로 해보지도 않고 내 길이 아니라 접는 것은 잘못된 것 맞다. 그러나 그 시작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정도의 흥미가 있어야 다고 생각한다.




간만의 스파링
출처 : 나무위키

 일은 그만뒀지만, 관장님의 은총으로 인해 감사하게도 체육관에 자유롭게 운동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복싱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덕분에 살찌기 시작했다(호우~). 하지만 무산소 운동만 하다 보면 배가 튀어나오는 법. 복싱을 통한 유산소 운동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저번 시합을 끝으로 몇 주간 복싱을 안 했던 터라, 다시 복싱을 시작하려니 어색한 감정이 먼저 느껴졌다. 그러나 복싱화를 신고 핸드랩을 감다 보니 어느새 마치 당연한 일인 양 편안함이 찾아왔다. 줄넘기를 하고 링에 올라가 가볍게 셰도 복싱을 시작했다. 몸이 썩 가볍지는 않았지만 스탭을 뛰어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셰도를 끝내고 링에서 내려가려는데 아침 운동을 나오신 코치님이 스파링을 제안했다. 가볍게 3 3라운드를 제안하셨다. 몇 주간 운동을 안 했던 터라, 2분은 할 만하지만 3분은 굉장히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복싱이란 운동이 원래 힘든 법.. 마우스피스를 끼고 헤드기어를 착했다. 공이 울리고 잠깐의 탐색전이 지났다. 역시나 점점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링 위에서 체력 빠진 상대는 요리하기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코치는 내 주먹을 쉽게 슥슥 피하더니(이렇게 헛주먹을 내지르면 체력이 더 빠지기 시작한다) 아래로부터 치고 올라오며 연타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1라운드는 그렇다 쳐도,  2.3라운드는 그야말로 헉헉대다가 뚜까 맞기만 했다. 특히 바디를 2대 정타로 허용했는데 아마 코치가 전력으로 때렸다면 다운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다.




오른손 검지 손가락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까지도 몰랐는데 낮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오른손 검지가 뻣뻣하고 아려왔다. 하지만 가락 통증보다도 오랜만에 복싱을 하고 난 후 밀려온 급격한 피로감에 손가락은 잊은 채 몸이 푹 꺼지듯이 잠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손가락이 아팠다. 다음날은 더욱 아팠다. 손가락을 비교해보니 왼쪽 검지에 비해 벌겋게 부어있는 것이 보였고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먼저 엑스레이실로 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복싱 때문에 그 병원에 드나든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엑스레이를 찍어주시는 분이 나를 알아보셨다. 요즘에도 복싱하냐고, 몸이 예전보다 커진 것 같다는 등의 말씀을 해주셨다. 사진을 찍고 진료실로 돌아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인대가 살짝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통제 주사를 맞은 후, 손가락을 고정시키는 보호대를 받고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복싱을 하면서 생긴 상처와 통증들이 내 몸 이곳저곳에 꽤나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원래 자주 다치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때리거나 또 맞으면서 생긴 상처들은 복싱이 처음이라 다른 상처들과 달리 내 용기와 도전을 보여준 영광의 상처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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