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초원의 집’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던 시대가 아니라, 일요일에 방영해주는 이 드라마를 매주 기다리며 재미있게 봤다. 미국의 서부를 배경으로 한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따뜻한 가족이 주인공이다.
그중에서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는데,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을 보니 아주 인상적이었나 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어느 날 엄마에게 예쁜 그릇 세트가 생긴다. 부잣집 누군가에게서 얻은...
칠도 하지 않은 오두막에 살면서 초라한 살림밖에 없던 엄마는 그림이 그려진 예쁜 그릇이 생겨 더없이 행복해한다. 엄마에게 좋은 그릇이 생긴 걸 가족 모두 축하하고 진심으로 기뻐한다. 엄마는 그릇들을 그날 저녁상에 내놓는다. 아껴 뒀다 귀한 손님이 올 때나 쓸거라고 생각했던 가족들은 깜짝 놀라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이 비싸고 좋은 그릇을 왜 지금 쓰세요?”
“가장 좋은 물건은 가장 귀한 사람에게 써야 하는데, 엄마한테 가족보다 소중하고 귀한 건 없단다.”
그 말에 가족들은 더없이 행복하게 서로 음식을 권하며 누구보다 우아하게 식사한다. 식사 내내 온 가족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천국의 한 장면이다.
어렸지만 나도 저렇게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천국이 얼마나 대단할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또 대단한 것만 천국일지도 의문이다.
아프지 않고, 돈 걱정 없고, 하는 일마다 잘되면 그게 천국일까?
모르겠다, 그래본 적이 없으니.
그저 나에게 허락된 오늘을 천국처럼 살아가고 싶다.
저녁 먹는데 아들 녀석이 할머니가 담가주신 파김치를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가 둥이 좋아하는 파김치 담가 주셔서 그동안 잘 먹었네, 참 감사하다 그치?”
“응~ 할머니가 나 예뻐하니까~ 할머니 김치가 제일 맛있어!!!”
할머니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들을 보며 감사함을 고백하는 오늘 이 소박한 식탁이 나에겐 천국이다.
파김치 잘 먹는 어린 손주가 기특하다며 파스 붙인 무릎이 아픈 것도 잊고 신이 나서 만들었을 할머니도 그 자리가 천국이셨길...
p.s. 오늘을 천국처럼 누리지 못하는데, 진짜 천국에 간들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