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에서 찾은 동행의 의미

아내와 함께한 치유의 시간

by 황희종

“삶의 동반자, 함께 걷는 기쁨”퇴직 후,

저는 아내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제주 한 달 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함께 걷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는 세 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한 달을 살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주 올레길**을 두 바퀴 반이나 걸었습니다.
한 바퀴 26개 코스, 약 425km.
모두 합해 1,062km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제주 올레길은 단순한 ‘걷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치유였고, 걷는 동안 아내와 나누는 대화는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걸었고,
때로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으며,
어떤 날에는 옛 기억을 떠올리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걷다 보면, 길은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사람과 함께한 인생은 어떠했는가.


아내는 지치지 않고 묵묵히 제 옆을 걸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지난 수십 년의 결혼생활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말없이 함께 걸어온 시간들,
기쁨과 어려움을 나란히 지나온 세월이 그 발걸음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올레길의 돌담길과 감귤밭, 해안길과 오름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처럼 우리 인생도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평화로운 걷기 속에서 저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걷느냐라는 사실을.


세 번째 한 달 살이를 마무리할 무렵,
우리는 그 길이 어느새 익숙해졌음을 느꼈습니다.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손을 맞잡고 걸어왔기에
모든 순간이 감사로 남았습니다.


제주 올레길은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 길은 우리 인생을 다시 한 바퀴 돌아보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길에서 또 하나의 진실을 배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이 길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길이라는 것을.

제주도 주상절리.jpg

주상절리:억겁의 세월이 깃든 검은 오로간의 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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