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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또 만나봅니다_서예전

소암 조문규 옹 글씨 세계!

by w t skywalker

자괴감에서 벗어나려 당분간 서예 전시전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혈서만 쓰지 않았지 마음만은 그랬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제 번개 콜에 응한 대가를 치르는 것인가? 번개 콜 이후, 또다시 번개 톡이 단체문자로 왔다. 거기에는 평생교육원 수강생들의 서예 실력을 함양시켜보고자 하는 다소 거대몽매한(?) 스승님의 간절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그득그득 담겨 있었다. 옆으로 치워도 보고, 뒤로 제껴놔 보기도 하고, 앞으로 던져놓아 봐도 자꾸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깜박이고 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고, 잊으려고 할수록 자꾸만 나타나는 유령처럼 동그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냥 놔두자니 신경이 쓰이고, 만지자니 괜스레 뜨거울 것만 같고 아이고 참, 난감하네!


결국 마법에 홀린 듯 걸어가 차에 타게 되고, 스승님의 은근한 강짜에 무릎을 꿇은 듯 체념한 채 강릉문화센터로 운전대의 방향을 튼다. 주차하고, 강릉아트센터 소전시장 제3전시실로 '암행어사 출두요'를 속으로 크게 외치면서 곧장 직진해 들어간다.


들어갈 때는 호기롭게도 들어갔으나, 벽에 전시된 글씨를 일견 하자마자 '옴메 기 죽어'(쓰리랑 부부의 전매특허 대사) 바로 꼬랑지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필체는 발 빠르고 화려한 잽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묵직한 어퍼컷 한 방이 되어, 일단 턱을 강하게 아래에서 위로 시원하게 후려치고 들어온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난데없이 한 방 쎄게 얻어맞고서는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정신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마냥 그저 혼미한 지경이다.

사진 1. 화치방(和致芳)

사진 2. 동심(同心)

사진 3.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느려도 실제 행동은 재빠르고 능란함

사진 4. 내직외곡(内直外曲)

사진 5. 신기(神器)

사진마다의 해설은 사진 속에 쓰여 있으니, 자세히 살펴보시면 됩니다.


당신도 한 번 맞아보시니 어떠하신지요?

잽이던가요, 훅이던가요, 아님 스트레이트인가요?

그저 맞아보면 압니다. 얻어터져봐야 알게 됩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저 아프다는 것을. 붕대와 빨간약은 준비해 놓으셨죠. 아니면, 119 직행을 노리시면 됩니다. 이 나라 의료시스템과 응급체계가 어떤지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제가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사진 1.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인섭간난현대절(人渉艱難顯大節)

매화는 추위의 괴로움을 지나야 맑은 향기를 발하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큰 절개를 드러낸다.

사진 2. 부모(한글 참 쉽다)

사진 3. 지요공부심(只要功夫深) 철저마성침(鐵杵磨成鍼)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이백의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사진 4. 겸손(谦遜)

글자 모양은 겸손하지가 않네

사진 5. 문(問)

짓궂게 또는 귀찮게 자꾸만 물어보는 제자의 얼굴 같다. 그렇지요? 나 만의 착각인가비! 얼굴에서 입(口)이 무척이나 강조되었잖아요. 배트맨 손 모양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도 엿보이시죠? 이제는 보이시죠? 그래야지요. 그래야 가르쳐 드린 보람과 사진을 찍은 수고가 빛을 보게 되겠지요.




소암 선생님은 8살 때부터 글을 쓰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붓을 선물해 주신 것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자녀들에게는 선물을 줄 때에도 이제는 무언가 의미 있는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하고 드셨죠! 그래야지요. 그래야 이렇게 브런치에 미친 듯이 글을 올린 보람이 있는 거죠. 암요.


여기까지 힘든 길,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는 안 간다던 서예 전시실에 오늘 또 가게 되었네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더니

나 원 참,

전시회 방문도 무료, 도록도 무료, 눈요기도 무료.

공짜 천지삐까리네요. 아주 좋아요.


그래도, 서예 글씨를 다시 마주하고 보니, 서예에 대한 의욕이 잠깐이나마 불끈 생기기도 하는 부수입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려.

작심삼일이면 앙 되는데! 앙 치즈 앙 돼!


그럼, 이제 두문불출은 취소!

두)말해도

문)제되니,

)리해도

출)근해라. 서예전

은) 그만

취)소하고

소)각해라!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시험하시되, 우리를 단련하시기를 은을 단련함 같이 하셨으며"(시 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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