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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만나봅니다_한글 전시전

Hangeul, 위대한 한글! 임금님 글씨!

by w t skywalker

서예 선생님으로부터 번개 이 왔다. 동해에서 한글 전시회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신다. 나야 뭐 불감청고소원인데,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받았다. 눈 호강할 일만 남았다.


카톡으로 '학정 이돈흥 선생 고희전을 보고' 라는 전시평론도 보내주셨다. 가히 글로써 일가를 이루신 분의 엄청난 내공과 포스가 돋을새김처럼 화선지에 새겨진 채, 한 글자 한 글자 안에서 블랙커피의 쓰디 쓴 맛(처음 배우는 자들의 소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바닐라 라떼의 달콤한 향(어느 정도 배운 자들의 여유로운 감흥)이 지속적으로 풍겨져 나오고 있음을 내 몸 안에서 깊이를 더해가며 서서히 퍼져나가는 여진으로 인하여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눈은 휘둥그레,

코는 벌름벌름,

입은 뻐끔뻐끔,

혀는 날름날름,

귀는 팔랑팔랑,

손은 부들부들,

발은 동동동동,

심장은 쿵쾅쿵쾅,

뇌는 쿵! (도끼로 내리찍힘)

떨리거나 진동할 수 있는 신체의 그 모든 것들이 독주로부터 합주로까지의 전이가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계승된다.




동해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니, 한글이라는 여인이 본인의 진중함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던져 동해에 빠지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게 되고, 이윽고, 진의 여파인 쓰나미로까지 이어지게 되자, 마침내 내 입마저 쩍 하고 벌어지고야 만다. 심지어 파리도 들어가고 나갈 수 있을 정도이다.(당장 그 입 다물라!)



설명이 필요없다.

걍 보시면 됩니다.

한자도 아니고, 한글이잖아요.

외국인도 알겠다.




'임서'라고 명필가의 글을 바로 옆에 두고서,(마치 스승을 모시는 것처럼 깍듯이) 글씨가 쓰여진 그대로 흉내내며 써 보는 것을 말한다.

이 임서야말로 모든 서예 초보자나 서예를 배우는 자들에게는 전공 필수 코스이다.


스승님께서는 "신동 문장은 있어도, 신동 명필은 없다" 라고 제자의 몽매를 깨우쳐주신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가 서예, 글쓰기 분야이다.

임서, 모작, 모방, 베끼기, 흉내내기 등 뭐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으나, 명필가의 서예 글씨를 가까이 두고 그대로 따라서 써 본다는 진지한 자세는 무척이나 본받을 만하다.

글 쓰기에 임하는 모든 수강생이 배우고, 따르고, 충분하게 밟아야만 하는 필수 과정이다. 이런 자세를 근간으로 10~20년 동안 글씨를 따라 쓰다 보면, 조금은 나아질려나 하고 나름대로 내심 희망도 품어봅니다. 걍 깨박살나지는 않겠지!




위 사진은 송아 최복희 님께서 임서한 글씨!

아래 사진은 조선 제18대 국왕 현종의 친필 글씨!


서찰의 자세한 세부 내용으로는,

[현종(남동생) -> 숙명공주]

'조자의 편지 보고 보는 듯 든든하고 반기며 어제 봉상에서 부채 두르던 거시 그 누구인가 안다 하거니와 아무 날이나 따로 볼일이 있으면 내 가 뵙겠습니다. 숙휘, 숙정 두 누이에게 한가지로 말하십시오. 이년 신축년 윤칠월 십칠일. 악착스럽고 독하게 한 장은 보내라 하였으니 이렇게 보낸다.'


송아 최복희) 인간 복사기가 따로 없는 듯하기도 하고, 어쩜 이리도 잘 쓸까 하는 감탄만 나온다. 낙관마저 그대로 duplication!


조선 임금 현종) 백성들아! 내 글씨가 어떻느냐?너희들도 꾸준히 정진해야겠구나!

임금님도 무척이나 바쁘셨을텐데, 두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한글 글씨마저도 잘 쓰셨구나!

그럼, 한자 글씨는 또 어느 경지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불러 일으켜, 호기심만 자꾸 확대 재생산된다. 네이버 선생님에게 물어봐야지!


우송 최ㅇㅇ) 현종 임금님 글씨, 아니 어필을 제 두 눈으로 목도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다니요! 황감할 따름입니다.

그럼 나는 뭐야? 하는 한탄스러움과 개탄스러움만이 꾸깃 접혀진 채, 도착지에 착륙도 하지 못하고서 회항을 시도하려는 비행기 마냥 허공을 맴돌기만 한다.


(전시회 감상 소감)

가야할 길의 멀음과

투입해야할 노력의 강도가 쎔을

뼈저리게 새기고 온 몸으로 절감하는

한글 전시회였습니다.

이러니,

한자 전시회는 후폭풍이 더 심하겠지!

당분간 전시회 출입은 삼가야겠다.

두문불출!


두)말하면

문)제되니,

불)리하면

출)세해라!

하하하.




"내가 문이니,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받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요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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