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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 봅니다_ 억새

German, Germany!

by w t skywalker

혹시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설악산 공룡 능선에서 만난 독일인 신혼부부를. K-pop(BTS) K-food 가 좋아서 신혼여행을 한국으로 왔다는 그 커플을요.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이번 등산 중에 또 다시 독일 처녀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래도 나름 고교 학창시절에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자로서 간단한 인사말 밖에 하지 못했던, 지난 번 독일 커플과의 만남이 회한과 함께 엄습해오는 겁니다. 그 때 가슴에 깊이 맺힌 한을 풀고자 독일어로 몇마디를 나누게 되었고, 독일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이 작시하고, 찬송가 제목으로도 유명한 '선한 능력으로' 를 유튜브에서 들려주었다. 이 틈에 팀 동료들이 간식으로 식빵에 잼을 바르는 중이다. 자식들, 눈치 한 번 빠른데. 바른 것을 먹으라고 건네 주자, 빵이 맛있고 부드럽다고 한다. 독일 스타일과 딱 맞다고 한다.(jam, gem, german 을 활용한 무엇인가, 언어 유희인 듯 한데 딱히 설명할 수가 없네, 한국 남자에게 딱인데!) 그렇지. 즉석에서 먹어보는 K-bakery 가 국위 선양에 한 몫 단단히 거드는군. 웬 걸, 이 처녀 한국음식이 단연 최고란다. 못 먹는게 없다고 하면서 엄지 척을 날려 보낸다. 음식 중에 국물있는 게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면서 칭찬이 장난 아니다. 왠지 어깨에 슬쩍 힘이 들어가고, 빵빵해진다.


Von guten ma"chten wunderbar geborgen!

이 곡을 원어인 독일어로 노래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여주고 들려주니 감격스러운 게 틀림없다. 저자도 흥이 나 이 곡을 큰소리로 따라 부르면서, 원어민 선생님을 앞에 두고 생생하게 더욱 vivid하게 날 것으로 독일어 진행 수업을 생방송처럼 전국에 내보내 본다.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독일인 앞에서 독일어로 노래를 하다니! 우리나라 사람 앞에서 외국인이 남도 민요를 부르는 격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그래도, 이 독일 처녀 깜짝 놀란 건 사실이다. 그 때의 감격과 산행의 흐뭇함을 문자로 보내왔다. 그것도 한글로!

분명 그랬을 겁니다. 한국인의 따스한 마음과 정을 흠뻑 맛보았을 거니까요! 그 어디서 이런 따숩고도 포근한 환대를 다시 받아볼 수 있을까요? 쉽지가 않겠지요. 독일 처녀 일생 동안에는요. 그럼요, 한국인 대표로 제가 장담합니다.



독일 처녀는 하남의 독일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내년 여름까지는 한국에 있을 예정이고, 미혼이란다. 결혼은 아직 미정이고.

자칭 'travel addict', 'Hiking lover' 라고 인스타 머릿글에 써 놓은 이 독일 처자 한국 경험도 많은 게 등산 도중 내가 뒤로 처지는 기미가 보이자 "빨리 빨리" 오라고 한다. 나, 원 참!

외국인한테 그것도 우리말로 재촉을 받게 되는 신세라니. 처량타. 불쌍타. 안쓰럽기 그지없다.

Hiking lover 독촉에 부리나케 서둘러 뒷 꽁무니를 따라잡는다. 중간 전망대에서 가을 풍광과 정취를 한껏 즐기고, 사진 한 컷도 같이 사이좋게 찍으면서 한 때의 시간을 보낸다. 이제 중대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끝까지 이 독일 처자를 나 혼자 독점할 수는 있지만, 그건 예의상 아닌 것 같아 이쯤에서 독자적인 산행이 가능하도록 방생해 주기로 결심했다. 뜻 밖의 예상치 못한 자유를 얻은 처자는 무심하게 그리고 홀가분하게 민둥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도 가볍게 나아간다.

아쉽지만, 시집 보내는 못난 애비의 심정이랄까?

묘하게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인 나에게도 곧 닥칠 일인데, 예방주사 한 대 맞은 셈 치자.

미리 먼저 앞서서 장래효로써 흑흑흑!


잘가라. 독일 처자!




"와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것을 보라. 사람의 아들들에게 행하심이 엄위하시도다."

(시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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