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떠나자.
며칠 전 갑자기 서울이 너무 지겨워졌다. 아스팔트 사이에 둘러싸여 갑갑해서 미치겠는 어느 날.
쌓인 연차를 무작정 내고는 집에 박혀 있었다.
우울하게도 이 시간들을 보내기에는 밖의 햇살이 너무 쨍해서
무작정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북쪽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경복궁은 많이 가 보았으니 창덕궁을 가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행선지를 정했다.
창덕궁 지도를 보다가. 종묘를 먼저 가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냥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주중에는 해설사님을 따라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다고 했고, 12시 4분 즈음이었던 그때 안내자분께서 지금 빨리 들어가서 따라잡으면 된다고 하여 천 원을 내고 들어갔다.
나는 사실 이런 유적지나 박물관에 갈 때 해설사님을 따라다니지 않는다. 사람이 많아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싫고 그냥 온전히 내가 느끼고 싶어서. 그런데 이번에 따라다니면서 생각을 좀 고쳐먹었다.
지방에서 온 어르신들, 30대 여성분 어머니를 따라온 중학생 남자아이.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따라가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들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지금 다른 궁궐에는 왕이 살지 않지만, 종묘는 그 쓰임새에 맞게 역대 왕들의 혼이 머물고 있어서 살아있는 궁궐이라는 것.
바닥에 있는 3개의 길은 중앙은 돌아가신 왕, 조상들의 길이고 그 오른쪽은 왕의 길, 왼쪽은 세자의 길이라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을 기리는 마음에서 중앙 길은 밟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것.
가장 큰 건물이 지금은 공사 중이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까닭이 수백 년을 걸쳐서 증축되어, 500여 년 전의 건물부터 100년 전의 건물까지 시대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도시 안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점이다. 작지만 푸른 숲에 둘러싸여, 과거의 건물을 보다 보면, 이 땅에 20여 년 밖에 살지 않은 나의 고민은 4~500년이 넘은 이 건물들과 양식, 자연 앞에 한낱 미물이 되어 존재했다.
그렇다고 나의 고민들 걱정들이 모조리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내 고민들이 아주 작게 여겨지는 시간들이었다. 사람에게 지쳐서 또는 걱정이 많아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데 비용도 시간도 부담된다면, 과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