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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내가 멸치를 볶는다

by 동그라미 원


매일 아내가 멸치를 볶는다.



열흘 전에 브런치에 ‘아들이 생각나는 멸치볶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그동안 현재 170편 가까운 올린 글 가운데 누적 조회수 1등이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가족과 지인들도 대부분 이 글을 보고 반응이 ‘그 멸치볶음 먹어보고 싶다.’였다.



그 이후로 아내는 거의 매일 멸치를 볶고 있다.

오늘도 낮에 원당시장 쪽에 갈 일이 있어서 다시 멸치를 사다 줬다.

5천 원짜리 두 봉지를 사서 우리 부부가 먹으면 2주 이상 먹겠지만 벌써 세 번째 멸치를 사 왔다.

다음에는 아예 3만 원짜리 박스로 사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멸치볶음은 광명에도 갔고, 심지어 인도네시아와 두바이에도 갔다.

11월에는 미국에 있는 동생도 한국에 방문하니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제 내수용을 넘어서 아주 국제적인 멸치볶음이 되고 있다.

덕분에 이 가을에 식사 때마다 멸치볶음 반찬은 빠지지가 않아 뼈도 건강해질 예정이다.



지난 3년 가까이 아내가 암투병과 항암을 하면서 주변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과 기도의 빚을 졌다.

그 고마움을 다 갚기 어렵지만 멸치볶음이 먹어보고 싶다니 조금이나마 빚 갚기 좋은 품목이 생겼다.

오늘도 나는 멸치볶음에 대해 글을 쓰고, 아내는 멸치를 볶는다.



3년 전 이 시간은 아내가 암수술 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건강하고 씩씩하게 주변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매일 멸치를 볶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아내가 다시 건강해서 모든 일상생활을 하게 된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한 계절이다.

오늘도 우리 집 부엌에는 멸치볶음의 짭조름하고 달큼한 냄새가 가득하다.


#멸치볶음 #멸치 #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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