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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또집 Sep 30. 2024

하루가! 예뻤어

네가 더 예쁜 걸

나는 항상 아이를 재울 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풀아 오늘 하루 어땠어?"



모호한 질문.

만 2살인 내 아이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 돌아온다.

"음... 하루가..! 에뻐떠."



하루가 예뻤다니.



"하루"라는 단어와 "예쁘다"라는 단어를

생전 이어본 적 없는 내 머리는 퍽.

한 대 맞은 것만 같다.



"하루가 예뻤어? 뭐가 제일 예뻤어?"

"카레가- 제일 에뻐떠"



하하.

역시나 생각지도 못했던 답.



둘째가 태어나고 애 둘 독박 육아를 하면서

항상 잘 챙겨 먹이던 첫째 아이가 영 부실하게 먹는 거 같아

여러 재료 넣고 힘을 줘 만들어준 카레가

퍽 맛이 있었나 보다.





저마다 자신의 사랑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방법이 있다.



나는 시선을 아이에 맞게

낮추는 것이 어려운 엄마.



건강한 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그저 맛있게 먹이는 것이

나의 사랑 방법이다.



'엄마 오늘 나 사랑했지?'

내 사랑을 알아준 것만 같아 기분이 몽글해진다.



"카레가! 엄-청 마시써떠!"

자기 전 하루를 되돌아봤더니 떠오른 게 내 음식이라니.



아이의 하루를 물었는데

되려 내 하루가 상을 받은 것만 같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일 수도 있기에

우리는 노력하고선 절망하곤 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성장은 너무나도 빠르다.



마치

젖은 휴지에 강낭콩 한 알을 올려두니

다음 날 싹을 틔우고



싹을 심으니

매일 새로운 줄기가 나오고

이파리가 나오는 것을 보는 것만 같다.



아이의 모든 것은 매일 내게 말한다.

"안녕, 난 오늘의 네 노력이야!"



내가 주는 물에 따라

내가 비추는 해에 따라

오늘은 쑥 자랐다가

내일은 가만 멈춰 있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힘을 낸다.



잘하고 있다고, 엄마는 내게 좋은 거라고

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이 아이의 매일이 예쁘고 빛나는 것들로 가득할 수 있도록

나만의 비료를 만들어 다.

내일의 반짝이는 열매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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