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더 예쁜 걸
나는 항상 아이를 재울 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풀아 오늘 하루 어땠어?"
모호한 질문.
만 2살인 내 아이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 돌아온다.
"음... 하루가..! 에뻐떠."
하루가 예뻤다니.
"하루"라는 단어와 "예쁘다"라는 단어를
생전 이어본 적 없는 내 머리는 퍽.
한 대 맞은 것만 같다.
"하루가 예뻤어? 뭐가 제일 예뻤어?"
"카레가- 제일 에뻐떠"
하하.
역시나 생각지도 못했던 답.
둘째가 태어나고 애 둘 독박 육아를 하면서
항상 잘 챙겨 먹이던 첫째 아이가 영 부실하게 먹는 거 같아
여러 재료 넣고 힘을 줘 만들어준 카레가
퍽 맛이 있었나 보다.
저마다 자신의 사랑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고유의 방법이 있다.
나는 시선을 아이에 맞게
낮추는 것이 어려운 엄마.
건강한 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그저 맛있게 먹이는 것이
나의 사랑 방법이다.
'엄마 오늘 나 사랑했지?'
내 사랑을 알아준 것만 같아 기분이 몽글해진다.
"카레가! 엄-청 마시써떠!"
자기 전 하루를 되돌아봤더니 떠오른 게 내 음식이라니.
아이의 하루를 물었는데
되려 내 하루가 상을 받은 것만 같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일 수도 있기에
우리는 노력하고선 절망하곤 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성장은 너무나도 빠르다.
마치
젖은 휴지에 강낭콩 한 알을 올려두니
다음 날 싹을 틔우고
싹을 심으니
매일 새로운 줄기가 나오고
이파리가 나오는 것을 보는 것만 같다.
아이의 모든 것은 매일 내게 말한다.
"안녕, 난 오늘의 네 노력이야!"
내가 주는 물에 따라
내가 비추는 해에 따라
오늘은 쑥 자랐다가
내일은 가만 멈춰 있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는.
힘을 낸다.
잘하고 있다고, 엄마는 내게 좋은 거라고
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이 아이의 매일이 예쁘고 빛나는 것들로 가득할 수 있도록
나만의 비료를 만들어 간다.
내일의 반짝이는 열매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