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나는 뽀뽀받는 여자다.

by 풍또집

스킨십이 애정도를 올린다고 했던가.

내 결혼 생활은 스킨십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건 내 삶에 꽤나 큰 변화를 만들었다.



.

.

.



본래 나는 신체 접촉을 꺼리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왜인지 연인적인 스킨십만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포옹, 뽀뽀, 혹은 그 외의 모든 연인 사이에만 가능할 것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야말로

뽀뽀가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집엔 남자가 셋 있다.

나는 우리 집의 유일한 여자.



남편은 아이들을 정말 예뻐하고 그 애정을 표현하는 데에 모자람 없는 아빠지만

아들만 둘 가진 아빠여서일까,

어쩐지 아이들에게 뽀뽀하는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닿지 않은 뽀뽀는 항상 나를 향한다.



남편이 하는 스킨십에 대한 나의 답은 대부분 질색하는 표정으로 이뤄지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들로 웃게 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런 순간들이 우리가 그저 아이 둘을 키워내는 전우가 아니며

나는 여자로서 사랑받는구나 하는 느낌을 꾸준히 받게 해주곤 한다.



하지만 내 취향은 좀 더 어린 뽀뽀이다.

우리 집 2번 3번 남자는 현재 37개월, 그리고 15개월.



다 큰 어른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그 축축하고 통통한 입술이

밤만 되면 한 사람에게 향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순간을 뽑자면 그중 하나로 꼽게 되는 것이 재우는 일이긴 하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냐 해도 꼽게 되는 것도 함께 잠자리에 든 순간이다.



요즘의 더운 날씨에는

아주 약간은 찬 기가 섞인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로션을 우당탕탕 바르고 나면

안 그래도 뽀얗고 하얀 살들이 복숭아 속 살처럼 올라온다.



그 예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나는 외모지상주의가 맞는 거 같아.'라는 생각이 절로 들며 엄마의 뽀뽀 세례가 먼저 쏟아진다.

하루가 끝났다는 해방감이 아이들을 더 예쁘게 만들어 주는 건 덤이다.



그렇게 뽀송해진 아이들과 에어컨을 틀고 한 침대에 눕는다.

아이 침대에 복작복작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엄마 맘대로 지어내는 옛날 얘기를 하기도 하고

오늘의 행복한 일은 뭐였는지를 얘기하기도 하고

엄마가 얼마나 너희를 사랑하는지를 얘기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참사랑을 배운다라고 느끼는 것이,

아이들은 이리저리 재는 것 없이

엄마 아빠가 주는 사랑을 조금도 에누리하지 않고 정직하게 되돌려준다.

(사실은 덤을 후하게 얹어주곤 한다.)



너희를 사랑한다 말해주면

큰 아이는 세상 전부를 품에 안기라도 한 듯

입을 크게 벌리며 행복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고

더하여 흔들어대기까지 하며 말한다.

"풀이도 엄마 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 됴아!"



그리고는 퍼붓듯이 뽀뽀를 해댄다.



둘째 아이는 따라쟁이다.

형아가 하는 일은 뭐든 다 똑같이 따라 한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들어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아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은 확실하다.



둘째 아이는 오래 완모를 해서일까,

엄마와 스킨십이 유난히 많은 아이다.

*완모: 분유 없이 모유만 먹여 키운 것.



둘째 아이는 얼굴뿐 아니라

아주 엄마의 온몸 위를 굴러다니며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뽀뽀를 퍼붓는다.



이 작은 아이가 온몸으로 주는 이 사랑이

넘치도록 내게 와서 닿는다.



나는 밤마다 뽀뽀를 받는 여자다.



부모라는 것이 사랑을 주는 존재로만 알았는데

가슴이 벅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내게는 참 생소한 단어.

누군가를 '보고 싶다.'라고 생각해 본 것이 손에 꼽는다.

열정보다는 안정에 가까운 사랑을 하던 사람으로 살아왔다.



요즘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그렇게 아이들의 품이 그립다.

(그렇다고 하원 시간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자라고 사정을 하고도

아이들이 자고 나면 꼭 한 번은 아이들을 꽉 차게 안아보고 싶곤 하다.



살면서 받아본 적 없던 이 열렬한 뽀뽀덕에

난 우리 집 작은 남자 둘에게 푹 빠져버렸다.



스킨십의 힘,

그것 참 대단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