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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리수면

by 풍또집

나는 두 아이가 있다.

첫째 아이는 70일부터 분리수면을 하였고

둘째 아이는 태어나서 13개월인 지금까지 함께 잠이 들었다.

*한 방에서 자지만 아이 침대에서 따로 자는 분리 수면.




분리수면


이 단어 하나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맞네 틀리네 거친 토론이 오간다.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이 문제는 이분형 질문이 아닌 지극히 주관식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답을 다는 이도 채점을 하는 이도 그저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 정해진 답은 없다.



분리수면과 비분리수면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그 장단점은 또 아이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해서 너무도 만족했던 첫째 아이의 분리수면에도 불구하고

나는 둘째 아이와는 항상 함께 잠이 들고 있다.



첫째 아이는 옆에 살을 부대끼며 자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생후 70일이라는 어린아이를 분리수면 한 이유는

아무리 안아주어도 재우는 것이 쉽지 않았거니와

안고 함께 잠이 들어도 부모가 조금만 뒤척이면 쉽게 깨곤 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는 태어난 당일부터

아기 침대에서는 너무도 예민한 아이였지만

옆에 엄마만 누워있으면 무슨 소리가 나도 푹 자는 아이였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임에도 태생부터 달랐다.





첫째 아이는 옹알이도 못할 시절부터 혼자 잠을 자기 시작하여

옹알이를 시작하고, 자신의 주장이 생기고, 조금씩 단어를 말하기 시작할 때도

혼자 잠에 들었다.

(현재는 둘째 아이와 침대를 합쳤기에 함께 잠든다.)



어른 침대 옆 자신의 침대에 누워

아이가 고른 책을 읽어준 뒤

잘 자라 인사를 하면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고

이내 혼자 뒹굴다 잠이 들었다.



잠에 늦게 드는 엄마아빠임에도

함께 자지 않으니 새벽에 깨는 법이 없었다.

아침에도 옆에 부대끼는 살이 없으니 자신이 잘만큼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간혹 함께 자는 날이면 아침에 조금만 엄마 아빠가 움직여도 금세 깨버렸다.)



아이도 부모도 수면 만족도가 최고였다.

입면시간, 기상시간, 수면의 질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스러웠다.



자는 동안 살을 부대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아느냐,

나중에 크면 그 시절이 그립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힘껏 안고 뒹굴면 그만이었고

잠이 확보되니 컨디션이 좋아 낮 동안 육아의 질 또한 상승했으니 애착형성에도 문제없었다.



그런데 둘째와 함께 자는 지금,

확실히 옆에 엄마나 아빠가 있으면 입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잠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냥 아이 옆에서 잠들어 버리기 일쑤에

잠들지 않고 빠져나온다 해도 육퇴 시간이 늦어지니 아이가 잠든 후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엄마의 취침시간은 늦어지는 동시에

옆에 있던 엄마가 사라진 것을 알면 깨버리기에 밤 동안 수면의 질도 낮아져

수면 만족도는 현저히 낮아진다.



그럼에도

잠이 들랑 말랑 하는 아이를 보며 지금 방에서 나설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요즘이다.



혼자 재우면 조금 울더라도 확실히 입면 시간은 빨라지지만

뭐 어떤가.



아이는 금방 자라고

지금 이 시간은 아이의 인생에 잠시 반짝하는 시간에 불과할텐데



이 찰나의 시간,

좀 덜 자더라도 아이가 이토록 편안해하는데 말이다.



아이의 보드라운 살결과 머릿결을 느끼며

어른 마음 또한 꽉 차는 건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아이와 분리수면 하다가 함께 자보니 함께 자는 게 최고더라, 해보기 전에는 몰랐다."라는 말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1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뒤척이는 아이 옆에서 고민한다.

'지금 나갈까.'

'하, 분리수면 할 때는 재우는 게 이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울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엄마 몸 곳곳을 만지느라 잠을 잘 생각이 없는 아이를 재우는 건



명백히 육아 난이도를 올리는 일일뿐더러

취침 시간이 너무 늦어지니 이게 아이에게 좋은 게 맞긴 한건지도 고민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리가 바뀌면 재우기 난이도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하니 분리수면이라는 것은

아이의 성질을 잘 관찰하여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



육아라는 것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기에

부모가 지치지 않는 방법이어야 하면서도

이 찰나의 시간이 쌓여 완성될 것이 바로 아이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와 굿나잇 인사를 나이스하게 주고받으며 잘 쉬고 잘 자는 것도

조금은 고되지만 잠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이의 보드라움과 온기를 느끼는 것도

고된 육아 속 달콤한 일상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장단점은 있으나

이 순간들이 십 년 이십 년 뒤에는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일 것만 같다.



지나가다 이 글을 읽은 어떤 부모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온전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선택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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