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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엄마 잘 자써요?

by 풍또집

우리 집에서 가장 잠이 많은 사람은 엄마다.



제일 먼저 일어나서 아이들을 챙기곤 하는 엄마들이 많겠지만

우리 집은 우선 아이들이 가장 먼저 눈을 뜨고

그다음은 아빠다.



출근이 늦은 남편 덕에

엄마는 그 덕을 톡톡히 보며 늦잠을 자곤 한다.



남편의 배려로 꿀 같은 잠을 자다 보면

갑자기 방이 시끌벅적해진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전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온다.



늦잠꾸러기가 눈을 뜨면 아이는 엄마를 안아주며 말한다.

"엄마 잘 자떠요~?"



정말이지,

잠에서 깨서 품에 아이를 안고 저 말을 듣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전에는 몰랐다는 것이 억울할 정도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깨우기 전에

엄마가 먼저 일어나도 상황은 같다.



놀고 있다가도 아이는 달려와 폭 안기며 말한다.

"엄마 잘 자떠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엄마의 눈을 바로 봐주며

다정히 건네는 말.



아마도 아빠가 가르쳤으리라.

교육 한 번 잘했다.

남편이 이제껏 해낸 업적 탑 파이브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이 문장 하나로 엄마의 미소를 얼마나 오래 볼 수 있는지도 배웠다.

해서 아이의 이 화법은 언제 어디서도 적용된다.



"엄마 일 잘 가따 와떠요~?"

"엄마 공부 잘 해떠요~?"



문장은 달라져도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과 고개를 숙여 엄마 얼굴을 바라보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아이가 10개의 잘못을 해도

이 장면 하나면

응어리 진 게 스르르 풀린다.



언제까지 이 아이가 내 눈을 이리 직선으로 바라봐주고

내 안부를 다정히 물어줄까.



이 순간 하나로

평생 자식이라면 뭐든 품어주며 살게 되는 것이

언제까지고 을로 살게 될, 그게 부모의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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