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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는 아침풍경

by 피터정

요즘 나와 아내는 아침식사를 함께 준비한다. 샐러드 등 조리와 양념이 필요한 것은 아내가, 감자나 고구마, 계란과 야채 등 삶기와 커피를 내리는 것은 내가 준비한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준비해서 간단하지만 풍성한 아침밥상을 마주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좋은 점은 건강과 컨디션 유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점심과 저녁을 좀 불균형하게 먹어도 아침식단이 전체식단의 균형을 보완해 주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좋은 것은 비 오는 날의 커피는 더 맛있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습도 때문인지 기분 탓인지 커피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내가 비를 맞지 않고 안전한 실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바깥풍경은 그야말로 난리통이다. 특히 출근길에서는 더하다. 커피를 마시는 잠시라도 창밖의 비 오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끼는 커피 향은 참 좋다.


우리 집은 2층이라 나무와 함께 4계절을 온전히 느낀다. 봄이면 목련과 벚꽃, 여름에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마른 가지에 가끔 눈꽃을 보는 것도 커피의 풍미에 더해진다. 그 시간에는 주로 세미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이런 모든 것들이 더하여 나의 감성세포를 깨운다.


사실 커피는 맛보다는 향이 더 중요하다. 한동안 로스팅된 원두를 갈아서 내려서 만들다가 요즘은 분쇄된 커피를 드립으로 내려서 만든다.


그동안 비알레티 에스프레소 기기로도 만들었고, 캡슐커피로 만들기도 했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멀리 돌아서 이제는 가장 간단하지만 효과가 좋은 우리만의 방법을 찾았다. 커피원두는 가끔 종류를 바꾸어서 만든다.


컵도 얇은 컵보다는 두꺼운 머그 같은 컵이 더 커피를 맛있게 하는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몇 개의 커피잔 중 와인잔 같은 머그컵이 있다. 나는 커피를 반정도 마시면 좀 식혀서 미지근할 때 나머지를 마신다. 그때 와인처럼 컵을 몇 바퀴 돌려서 마시면 더 풍미기 느껴진다. 나만의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방법이다.


뜨거울 때, 중간온도에서 그리고 식었을 때 세 단계의 다른 맛과 향이 우리 삶의 단계 같다. 커피는 페어링 하는 디저트와 같이 마시면 시너지효과가 있다. 그리고 언제,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마시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혼자 있을 때는 그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고 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또 다른 시간을 즐긴다.


누군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실 때는 그 맛이 기대되어 설레고, 내가 아는 맛을 직접 만들어 마실 때는 만드는 과정까지 즐긴다.


날씨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같은 커피라도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나의 일상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듯이. 커피는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삶과 매우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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