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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Nov 20. 2023

이재수의 산출과 그의 기세

이재수 실긔, 夜月의 한라산

李在守의 産出과 그의 氣勢
-이재수의 손아래 누이 이순옥이 말하고(述), 제주도 한경면 낙천리 서당 훈장 출신 조무빈이 받아 쓰다(記).  


삼쳔리 우리 반도강산(半島江山)에 자고(自古)로 영웅열사가 이곳저곳 할 것 업시 일월(日月)의 정긔(精氣)와 산쳔의 령긔(靈氣)를 바다 이 세상에 한번 탄생하면 그-의 가삼에는 하날을 밧치며 산악(山岳)을 능히 움직일 용긔를 품어 활달(闊達)한 긔개(氣槪)는 태산을 협(俠)하고¹ 북헤(北海)를 뛰여 우쥬를 석권하며 대즁(大衆)에 사표(師表)²되야 유방백세(流芳百世)³하난 자- 그 몃몃이며 시운(時運)이 불리하야 초야에 밧갈며 위수(渭水)⁴에 고기낙가 벡구(白鷗)로 작반(作伴)⁵하고 세상흥망사(世上興亡事)를 소지로화월일선(笑指蘆花月一船)⁶하난 자 그- 몃몃인지 이 사람은 구태여 일일이 긔록하고저 안이한다. 저- 망망(茫茫)한 바다 가운데 홀노 내노라하고 웃둑소사 하날에 별을 능히 딸 듯 령초지초(靈草芝草⁷) 내음새는 봉래선자(蓬萊仙子)며 영주군선(瀛洲群仙)의 자최를 자어낸다.


아미산월반륜(峨眉山月半輪)⁸의 밝은 달은 한라산 상상봉(上上峰)에 빗츄여 제쥬도대정면인성리(濟州島大靜面仁城里) 리서쥰(李時俊)의 집 송시부인(宋氏夫人)의 품에 소리업시 둥글엇다. 비상한 증조(徵兆)가 잇슴에 비상한 일이 생기은 선철(先哲)의 일즉 일은⁹ 말삼이지만은 저- 산간벡촌(山間僻村) 우부우부(愚夫愚婦)¹⁰라도 다소간 짐작할 일이다.


송시부인(宋氏夫人) “여보서요. 이것 좀 보십시오. 외 이리 몸이 피곤한지 사람이 견대일 수가 업슴니다구려...“


리시쥰(李時俊) ”글세요구려. 그런대 대관절 어대가 엇더케 편치못하여 요사이 봄날 일긔가 심(甚)히 조흔대 문(門)은 외- 꼭 닷첫나요?“


송시부인(宋氏夫人) ”전신(全身)이 곤(困)할 뿐 안이라 재일(第一) 배가 그북스러워 아이고 엇지하면 죠흐리요“ 


이때 리시쥰(李時俊)은 보기에 민망(悶忙)하엿섯스나 내심(內心)에 대강 짐작하고 문을 닷치고 나섯다. 저근너 김약국(金藥局) 셩현(聖賢)이가 이마적¹¹ 츌입(出入)이나 안이 하얏난지 불수산(佛手散)¹²이나 한두 첩 쓰어 보리라 생각(生覺)하고 리시준(李時俊)은 거름이 남보기에도 그 전보담 밧분 것 갓햇다.


송시부인(宋氏夫人)은 그만 졍신(情神)이 혼미하여젓다. 제쥬도(濟州島) 대졍면(大靜面) 인셩리(仁城里)는 오날 일식(日食)인지 월식(月食)인지 잘 분별키 어려운 즁(中)에 이상(異常)스러운 붉은(赤) 빗(氣)은 리시준(李時俊)의 집을 여지(餘地)업시 포함(包含)하엿다.


송시부인(宋氏夫人) 침실(寢室)에는 향긔(香氣)가 몽농(朦朧)하야 일개(一個) 옥동자(玉童子)가 산츌(産出)하얏다. 리시쥰(李時俊)은 얼골에 희색(喜色)을 띄고 잠간 아해를 느려다보왓다. 비록 어린 아해나 골격(骨格)이 쥰수(俊秀)할 뿐 안이라 벽안즁동(碧眼重瞳)¹³의 안광(眼光)은 사람으로 하야금 정신(精神)을 놀내게 하엿다. 


때난 고죵황제십사년정축년(高宗皇帝十四年丁丑年)이엿다. 리시준(李時俊)은 근본재산(根本財産)은 넉넉지 못하나 가정의 환락(歡樂)한 생활로 그날그날 자미스럽게 지낸 터이다. 항상 마음에 선조의 향화(香火)¹⁴를 지셩(至誠)것 밧들어 문호(門戶)¹⁵를 보전할 그 성심(誠心)은 그- 의 가삼에 못박키엿다. 그럼으로 아해 일흠을 (잇을 제) (직힐 수) 제수(在守 )라고 명명하얏다. 그- 대략의 의미는 다만 리시가문(李氏門戶)를 보전하고 기타 환해풍파(宦海風波)¹⁶에 호탕(浩蕩)한 마음을 가지지 말나난 의미엿다.


달 밝은 저녁에나 꼿 붉은 아츰에나 두 부부간에 하난 말이다.

송시부인(宋氏夫人) ”이것 좀 보서요. 이애 등에는 외- 점이 이러케 여럿이 잇나요? 참 이상도 하여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이나 되어요.“


리시쥰(李時俊) ” 그것 참 이상하오구려, 옛날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좌교(左股)¹⁷에 칠십이흑점(七十二黑點)이 잇섯는대 후에 한나라 태조가 되섯고 공자(孔子)갓흐신 성인도 팔십팔표(八十八表) 특이한 점이 잇서서 그러한지 만고인민(萬古人民)의 사표(師表) 되심을 볼지라도 아마 무슨 특이한 점인가 보오구려”


제수(在守)는 어린 때부터 아해들과 작란(作亂)을 할지라도 칼쓰기와 말달니기를 죠화하며 진(陣)치기와 군악(軍樂)을 항상 일삼아 사소한 일에난 마음을 두지 안이하얏다.


나이 겨우 십세 전후에 일이다. 그- 백부(伯父)의 애양(愛孃)¹⁸은 일즉 강시댁(姜氏宅)에 출가하얏난대 불행히도 사망하얏다. 제수 벡부는 애자지정(愛子之情)으로 그의 선산(先山)에 입장(入葬)¹⁹하려고 하얏다. 어린 제수(在守)는 백부의 계획을 저사(抵死)²⁰ 만류(挽留)하얏다. 그러나 제수벡부는 철부지한 제수라고 도로혀 꾸중하기를 마지 안이하고 강시(姜氏)와 의론하야 수백명의 호상인(護喪人)과 상예군(喪轝軍)²¹을 다리고 선산(先山)에 시역(始役)²²한다.


이에 제수(在守)는 두 주먹을 불끈죄고 시역(始役)하는 선산에 가서 강시(姜氏)와 여러 군즁(群衆)에 대하야 질문하얏다. 아모리 친정(親庭)은 리시(李氏)라 하야도 츌가외인(出嫁外人)이라 긔시(旣是)²³ 강시댁(姜氏宅)에 출가하얏스니 사라도 강시(姜氏)사람 쥭어도 강시(姜氏)귀신이라 리시선산(李氏先山)에는 하등(何等) 관게(關係)가 업스니 이런 불당(不當)한 일은 할 수 업다고 열열(烈烈)한 말로 항변하얏다.


그- 긔세찬란(氣勢燦爛)한 강시(姜氏)로도 엇지할 수 업서 자긔(自己) 일을 수행치 못하엿다. 그는 그러 할 일이다²⁴. 아모리 친졍은 리시(李氏)라 하야도 긔시(旣是) 타문(他門)에 출가하얏스니 리시선산(李氏先山)에는 무관(無關)이다.


우리 죠선 사람은 뉘나 물론하고 례의(禮義)를 존경하며 선죠를 슝배하난 쳐지(處地)에 잇서 하물며 물각유쥬(物各有主)²⁵ 뿐 아니라 선조의 골육을 모신 선산에 타인의 입장(入葬)은 도저히 안될 일이라고 여러 사람들은 제수(在守)의 말에 층찬(稱讚)이 분분(紛紛)하얏다. 제수(在守)난 키는 적어 봉신연의(封神演義)²⁶ 상(上) 토행손(土行孫)²⁷을 비록 짝하얏스나 그의 걸음은 저-수허지(水滸志) 일행 팔백리(日行 八百里-320km)²⁸ 걸음 것난 신행태보 대죵(神行太保 戴宗)²⁹을 능히 압두(壓頭)³⁰할만하며 불의의일(不義之事)을 보면 수화즁(水火中)이라도 긔어(期於)히 구원(救援)하야 내고야 마는 용긔(勇氣)를 가젓다.


<옮긴이 註>

¹협(俠)하고-호방하고 의협심이 있고.

²사표(師表)-학식과 덕행이 높아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

³유방백세(流芳百世)-'향기가 백세에 흐른다'라는 뜻으로, 훌륭한 명성이나 공적이 후세에 길이 전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동진(東晉)의 장군 환온(桓溫)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 더러운 이름이 후세에 오래도록 남아 있음을 비유하는 유취만년(遺臭萬年)이라는 고사성어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⁴위수(渭水)-중국 황하(黃河)의 큰 물줄기로 전체 길이는 787㎞이며, 웨이허 강(渭河)이라는 별칭이 있다. 간쑤 성(甘肅省)의 냐오수산(鳥鼠山)에서 발원하여 산시성(陝西省)의 중부에서 황하와 합류한다. 위수 유역에 있는 시안(西安)은 중국 고대 문명의 중심지이다.

⁵작반(作伴)-길을 가는 데 동무를 삼음.

⁶소지로화월일선(笑指蘆花月一船)⁶-李鼎輔(숙종19-영조 42)가 지은 시조의 한 구절이다. 이정보는 사륙문에 뛰어나 78수의 시조를 남겼는데, 강직한 성품으로 바른 말을 잘해 여러 번 파직되었다. 그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의견서인 주의(奏議)에 능해 상소하기를 반복했다. 萬頃滄波欲暮天/穿魚換酒柳橋邊/客來問我興亡事/笑指蘆花月一船⁶/만경창파 저물녁/잡아 온 물고기 버들다리 가에서 술과 바꾸는데/객이 내게 와 세상 돌아가는 일 묻거늘/웃으며 갈대 밭에 뜬 달과 배를 가리킨다⁶.

⁷영초지초(靈草芝草=靈芝草)-영지버섯을 따로 영지(靈芝), 지초(芝草), 불로초(不老草)로도 부른다.

⁸아미산월반륜(峨眉山月半輪)⁸-아미산에 뜬 반달.

⁹일즉 일은-일찌기 이르다.

¹⁰우부우부(愚夫愚婦)-평범한 남녀, 즉 보통의 백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서(尙書)의 오자지가(五子之歌)에 나오는 성어다.

¹¹이마적-지나간 얼마 동안의 가까운 때.

¹²불수산(佛手散)-궁귀탕(芎歸湯)의 다른 이름으로, 당귀(當歸) 24g, 천궁(川芎) 16g을 넣고 다려 해산 예정일에 앞서 임신부의 순산을 위하여 쓴다. 익모초(益母草) 12g을 더 넣으면 더욱 좋다고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

¹³벽안중동(碧眼重瞳)-푸른 눈에 겹눈동자가 있다는 뜻인데, 중국 순(舜) 임금의 눈동자가 그러했으므로 임금의 눈을 가리킴.

¹⁴향화(香火)-향을 피운다는 뜻에서 제사(祭祀)를 일컫는 말.

¹⁵문호(門戶)-문벌(門閥)의 뜻으로 집안을 뜻함.

¹⁶환해풍파(宦海風波)-벼슬살이에서 겪는 온갖 험한 일.

¹⁷좌교(左股)-왼쪽 정강이.

¹⁸애양(愛孃)-애지중지 하는 딸아이.

¹⁹입장(入葬)-장사지냄.

²⁰저사(抵死)-죽기를 작정하고 저항함. 저사위한(抵死爲限)의 준말.

²¹상예군(=상여군喪轝軍)-상여를 메는 사람.

²²시역(始役)-토목이나 공사 따위의 일을 시작함.

²³긔시(旣是)-이미, 앞서.

²⁴그는 그러 할 일이다-그것은 그렇게 할 일이다.

²⁵물각유쥬(物各有主)-물건에는 제각각 주인이 있음.

²⁶봉신연의(封神演義)-중국 명나라 때의 장편소설. 육서성(陸西星) 또는 허중림(許仲琳)의 작품이라고 전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서유기西遊記)>와 <평요전(平妖傳> 등과 함께 명나라 신선요괴(神仙妖怪)의 영이요술(靈異妖術)을 서술하였다.

²⁷토행손(土行孫)-봉신연의의 등장인물로 구류손(懼留孫)의 제자인데, 신장은 4척(약 121cm)에 팔이 길고 형편없는 외모를 지녔다고 묘사된다.

²⁸일행 팔백리(日行 八百里)-하루 걷는 걸음이 팔백리, 즉 320km.

²⁹신행태보 대죵(神行太保 戴宗)-신의 걸음 태보(神行太保)는 수호지 양산박 108 호걸 중 한 명인 대종(戴宗)의 별명이다.

³⁰압두(壓頭)-남을 누르고 첫째 자리를 차지함.


제주 옛사진-애기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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