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돌아오는 기차역 저녁 아홉 시
맥도널드에는
길고 허연 수염의 와스프 할아버지가
야구모자를 쓴 채로 유리창 안에서
혼자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씹고 있었다
둥그랗게 뜬 벽안
왠지 텅 비어있는 입꼬리
플랫폼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인종들을 구경하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생쥐들과 전투를 벌였을 것 같은
호두까기 인형 병정의 눈알이
도르르
굴러가고 있었다
삶은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파오는 것
그래서 언제나 뭔가 계속 먹어야 하는 것
그래도
누군가 혼자 먹는 걸 보는 건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말로
못할 짓 같아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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