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영화를 보다
전쟁 영화를 보다
저 사람들은 대체 왜 저렇게 싸울까
누가 돈을 조 단위로 주나
주먹과 날라 차기뿐이라면 그래도
무협의 낭만이라도 있어 보일 걸
사시미칼과 리볼버 피스톨 M16
멋지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세련된 동작
하지만
피와 근육과 눈코입이 사방에 흐르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
깨진 안경과 오물 묻은 신발과 찢어진 옷들과
벌거벗은 사람들의 부질없이 벌어진 입
그런 건 관람 등급에 영향을 주거든
도시 몇 개가 날아갔는지 모를
수소폭탄 원자폭탄 중성자폭탄
검은, 붉은, 황금으로 빛나는 버섯구름
영화의 마지막은 항상
희뿌연 하늘과 곰팡이 낀 구름 아래
멀쩡히 각진 어깨로 줄 서있는 아파트
세기말의 독특한 예술적 미장센
바랜 풀잎색 누리끼리한 옷들을
모두 버리기로 했다
리셋의 욕망으로 인해.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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