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건 아닌데.., 이건 진짜 아닌데...
배가 살살 아파온다.
나는 고구마와 계란을 싫어한다. 그 이유는 둘 다 ‘목이 막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목구멍이 작은 나는 먹다가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거나, 배가 아파 자주 화장실에 가고,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다가 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군대를 다녀온 보통 남자들보다 체격이 왜소한 편이다. 170의 키에 60kg. 이게 내 신체 사이즈다. 나는 사이다와 블랙커피와 맥주와 식혜를 좋아한다. 공통점은 음료라는 점이고, 그것도 소화를 잘 시켜주는 음료라는 점이다.
어쩔 땐 나의 소화불량이 선천적인 체질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어른들이 하시는 말로, ‘예민한 사람들이 살이 안 찐다.’고 하는데, 그 말은 정말 맞다.
나는 예민하다. 나는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렇다고 내가 까칠하다는 건 아니다. 나는 주로 무슨 말을 들어도 “네. 네” 하는 성격이고,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신경은 쓰지만 절대 개입은 하지 않는다.
신경을 쓰는 건 그 일이 내 일과 관련될까 봐 걱정해서이고, 개입하여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건 역시 그 일이 내 삶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이다.
사실 나는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맞는 모습을 보았대도, 그냥 지나칠 인간이다. 물론 정말 심각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 신고해 달라고 하긴 하겠지만. 일단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 게 싫다.
몇 년 전에 쓸데없는 일에 개입했다가 미친놈들이 단체로 달려드는 통에 뭇매와 욕설 세례를 받은 적도 있었고, 나에겐 경찰로 일하는 삼촌도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며, 그 일로 느낀 점은 ‘남의 일에 간섭 말자, 최대한 조용히 살자’였기 때문이다.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나는 이제 불의를 봐도 그냥 참는다. 마치 공기처럼,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내 몸은 반응을 한다. 나의 몸에서 가장 약한 기관인 위가 일단 울렁거리면서 너무 많은 양의 위액을 한꺼번에 분비하고, 그 덕에 매번 증상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항상 같은 병명을 달고 산다. 그 병명은 바로 소.화.불.량.
자주 찾아가는 동네의 내과병원 의사는 나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처음엔 돼지고기, 닭고기 등 기름진 것 먹지 말고, 인스턴트 먹지 말고 커피 많이 마시지 말라는 둥 10년 전부터 의사들이 말해온 녹음된 랩 대사를 따라 하더니, 이젠 다닌 지 1년 이상 되니 보다 구체적인 조언을 해 준다.
“어느 증상이나 기록이 중요합니다. 소화불량 일지를 써 보시죠.”
소화불량 일기라? 아마 의사는 나에게 그날 하루 몇 시에 일어났고 공복에 뭘 먹었고 운동은 무슨 종류로 몇 시간 어디에서 했으며 기분은 어떠했는가 하는 ‘환자용 일지’를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처음엔 그렇게 쓰다가 점차 그 일지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소화가 잘 안 됐던 날만 골라서. 도대체 왜 내가 그렇게 항상 배가 아픈지 너무나 알고 싶어 져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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