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사랑에 중독되었다

[단편소설 연재] < 중독되었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5일은 너무 길다. 참기 힘들었던 터라 연정을 보자마자 안고 쓰러졌다. 아침이 오지 않고 밤이 길었으면 좋겠다. 새벽이면 연정을 한 번 더 안고 싶어 20여 분 사투를 벌인다. 연정의 허락을 받은 후 속사포를 발사했다.

연정이 차려준 만둣국을 먹고 일터로 향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쏟아지는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 없다. 일을 하다 그녀와 잠자리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나는 피 끓는 청춘처럼 그녀의 뜨거운 사랑에 중독되었다.


비 소식이 있어 공사가 없었다. 연정과 만나 밥을 먹고 쉴 곳을 찾았다. 연정은 김밥을 정성스레 싸 왔다.

연정은 나 말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항상 같은 맛이었으니까. 연정은 내가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차를 타고 기지시 쪽으로 갔다. 연정이 좋아하는 생선회도 뜨고 와인도 한 병 사고 즐길 준비가 되었다. 맛있는 생선회를 먹고 와인도 한잔 하며 사랑에 들어갔다.

살짝 취한 연정이 사랑스럽다. 밤에 한 번 하고 아침이면 아쉬움에 20분 동안 짧은 사랑을 다시 나눈다.



아내의 집에 갔다. 두고 온 연장도 챙겨야 하고 이혼 수습 기간이지만 20년 살았으니 남자의 손이 필요한 밭에 고랑을 내고 이것저것 심었다. 깜빡 핸드폰을 차에 두고 짐을 실어 날랐는데 아내는 핸드폰을 검색했다. 나와 헤어지려면 뭔가 꼬투리를 잡아야 한밑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내는 협의이혼을 신청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의 요구대로 자료가 필요했다. 고등학교 중퇴이니 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다.


아내가 내 폰에 여러 번 저장된 번호로 연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박영광 씨 아내인데 박영광 씨 알지요?”

“네 압니다. 일 때문에 두어 번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어제 롤 모텔에 갔다 왔지요? 하긴 같이 갔다고 하겠어, 아니라고 하겠지.”

지은은 일방적으로 혼자서 떠들었다. 연정은 그녀의 문책을 딱 잡아뗐다.

“제 번호가 많이 찍혀있다고요? 전 모르는 일이니 당사자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첫 번째 결혼처럼 두 번째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고 싶지 않았다. 세상살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감기몸살로 숙소에 누워있을 때 깊은 밤에 연정이 먼 길 차를 몰고 와서 두툼한 발열 내의 두 벌을 사서 갖다주고 갔다. 일할 때 입을 작업복도 두 벌 사주고 메이커 청바지도 한 점 사줬다.

내 성격에 비싼 옷을 사 입는 편이 아니다. 구두쇠처럼 아껴야 집을 사면서 받은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다. 연정은 내 돈도 내 돈, 네 돈도 내 돈을 하지 않아서 좋다.



아내를 차에 태우고 법원에 가서 사천만 원 위자료 주기로 서류를 만들고 합의이혼 했다. 아내 집으로 돌아온 날은 인생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남들은 별일 없이 잘 사는데 나 혼자만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가에 대해해 자학이 심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 소주 넉 잔에 나가떨어졌다. 아내도 술에 몇 잔 하고 내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당신이 있어 힘든 세월 보낼 수 있었어요. 바람피운 거 용서해 줄 테니 다시 시작해요!"

난 술에 취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2년 만에 아내랑 동침했다.



연정이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온 전화를 내게 털어놓았다. 아내와 통화 중에 옆에 딸이 있어 다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정과 몇 달 동안 쌓은 정이 있으니 떠나지 못할 줄 알았다. 나와 사랑을 나눈 여자는 나를 잊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연정은 통하지 않았다. 어떻게 쌓은 사랑인데 끝날 수 있나?


연정은 그날 종일 내 전화를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에 전화하니 전화를 걸지 말라고 했다. 설마 했는데 연정이 내 전화를 차단했다. 연정의 집을 알고 있지만. 딸이 있어 가 볼 수 없다. 몇 달 후 연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정은 내 목소리를 잊은 거 같다. 무슨 사랑이 허무하게 끝이 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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