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마을에 간 진희
1화. 꼬맹이의 아침

[단편소설 연재] < 늑대 마을에 간 진희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단편소설 연재] "늑대 마을에 간 진희"


1. 꼬맹이의 아침


유월 초순인데 지하인데도 시원한 느낌보다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읍내 비둘기 집에 갓 스물이 된 진희가 첫 출근 한 날이다. 사슴처럼 맑은 눈을 가진 진희는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난생처음 뾰족구두를 신고 커다란 눈에는 바다 향기를 품은 아이샤도우와 살구색 립스틱을 바르고 선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곱게 펴 발랐다. 긴 머리는 둘둘 말아서 위로 올리고 커다란 핀으로 집고 근처 복덕방에 커피 배달 가는 길이었다.

철가방을 들고 가던 상혁은 커피 배달 가는 진희를 바라보며 눈이 빛나고 있었다. 진희는 복덕방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늙수그레한 사내가 눈웃음을 치며

― 눈이 사슴처럼 맑은 아가씨네! 어서 와요. 시원한 냉커피 한 잔씩 주세요.

― 네에.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옆에 있던 마르고 머리가 짧아 공무원 타입인 사내가

― 고등학생인가? 나도 냉커피

―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 냉커피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진희는 냉커피가 든 머그잔을 사내들의 앞에 놓으며 기다리자 늙수그레한 사내가 진희의 손을 잡으며

―우리 예쁜 공주님도 냉커피 한 잔 드세요.

마르고 공무원 타입인 사내는 머리가 짧고 구레나룻 털이 길게 내려와 있다. 그는 슬그머니 진희를 무릎에 손을 얹으며

―예쁜 공주님 올해 몇 살이야?

―네, 스무 살인데요?

늙수그레한 사내가 진희의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느끼한 웃음을 흘리며

―열여섯? 열일곱 인 거 같은데? 돈 벌려고 나왔으니 빌딩도 사야지.

얼굴에 검은 털이 수북한 사내가 진희의 탱탱한 엉덩이를 만지며 눈에서 광채가 흐른다.

―탐스럽고 탱탱한 엉덩이네, 백만 불짜리 엉덩이야. 으음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나, 허벅지도 예뻐라! 여기 만 원 줄게, 이따 맛있는 거 사 먹어?

털보 사내는 만 원을 진희의 주머니에 찔러준다. 한 잔에 삼천 원짜리 냉커피 3잔과 진희 한 잔은 만이 천 원을 받았다. 진희는 사내들의 손길이 몸에 닿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침에 먹은 우유가 위로 올라올 것 같았다. 첫 배달인데 만 원을 받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침을 한 번 삼키고 꾹 참았다. 속으로 결심을 했다. '얼른 천오백만 원 카드 빚만 갚으면 되니까 참자! 다섯 달만 참고 고생하면 되겠지? 이런 인간들이 집에 가면 자기 딸들에게는 엄한 척하겠지?'

진희는 커피잔을 챙겨 보자기에 싸고 출입문으로 나가며 밝게 인사한다.

― 행운이 함께하는 날 되세요.

그러자 늙수그레한 사내가 한 마디 던진다?

― 예쁜 공주님, 나랑 데이트할래? 우리 공주님은 뭐 좋아하나, 내가 시간 끊어줄게? 돈가스 좋아하나?

이어 마르고 머리가 짧은 사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 그다음이 나다? 나도 예약했다.

늑대들이 암탉이 알을 품고 앓는 소리를 낸다. 진희는 시간을 끊어주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진희는 구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구덕아, 다섯 달만 참자, 다섯 달이면 카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보고 싶어도 참아, 수능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거지?

‘그래 구덕아’ 나도 돈 벌어서 대입 검정고시 보고 공무원 시험 붙고 나서 야간 대학에 들어갈 거야. 진희는 중얼거렸다.


진희는 머그잔과 보온병을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고 빨간 보자기에 싸 들고 나섰다. 지명배달은 커피잔마다 특별수당이 3,000원이 붙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저만큼에서 또래 여학생과 남학생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린다. '나도 학교에 다니면 고3인데…. 친구들도 수능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겠지? 괜히 겨울방학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여 구덕이를 알아가지고 카드 빛을 보증 서서 요 모양이 되었네? 타임머신을 타고 1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진희는 학교 교정이 그립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keyword
이전 13화(완결) 궤도를 이탈하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