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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할머니 선생님

[에세이] < 행복이 머무는 시간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유치원 아이들에게 책을 실감 나게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엄마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간 아이가 주인을 잃어버린 유모차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우모차를 끌고 간다. 길을 가다가 청개구리를 만났다.

청개구리를 연못에 데려다 주기 위해 유모차에 태우고 간다.


또 길을 가다 쥐똥나무속에서 엄마고양이를 찾으며 울고 있는 아기고양이를 만나

유모차에 태우고 간다. 길을 가다 연못이 나오자 청개구리를 데려다주고 간다.


길을 가다 엄마를 잃고 우는 아기를 발견하고 유모차에 태운다.

아기고양이를 찾고 있는 엄마 고양이를 만나 아기고양이를 엄마 품에 건네준다.


유모차를 끌고 가다 아기를 찾고 있는 엄마를 만나 아이와 유모차를 건네준다.

집에 오니 두부가 부서졌다. 책을 그런 상황들을 읽어주다가 질문해 보았다.


"왜 두부가 부서졌는지 말해볼까?"

"아기가 발로 뻥 차고 부서졌어요."

"고양이가 밀어서 부서졌어요."


아이들이 의사를 표현한다. 어떤 말을 하든 긍정적으로 받아준다.

아이들과 책에 있는 그림을 찾아 어떻게 해서 두부가 부서지게 된 것인지 확인해 본다.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면 책을 보여달라고 해서 책은 아이들을 향하고 읽어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고 색종이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아이가 있다. 병원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링거와 주사를 맞는 환자가 된다.

주사를 맞으면 아프다고 반응해 주면 아이들이 웃으며 좋아한다.


뷰티놀이에는 아이들이 원장이 되고 내가 고객이 된다.

아이들은 손을 움직이며 소근육이 발달한다.

손톱에 여러 가지 색깔의 매니큐어가 발라지고 입술에 예쁜 연지가 그려진다.

머리와 얼굴에 아이들 상상 속의 행복한 그림이 예쁘게 입혀진다.

아이들 덕분에 예쁘게 치장된 행복한 할머니 선생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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