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뒤 표지와 앞표지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by YT

책을 덮었다. 눈이 부자연스러운, 얇은 미소를 머금은 깔끔한 노신사 모습의 보르헤스와 역자의 ‘작품 해설’에서 발췌한 내용, 미셸 푸코의 보르헤스 작품에 대한 극찬, 그리고 그 자신의 장난기 섞인 허세의 표현이 뒤 표지에 있다. 그를 [픽션들]에 대한 독서로 유도한 것은 미셸 푸코가 보내는 엄청난 찬사의 표현 때문이다.

'보르헤스의 문장을 읽고 나는 내가 지금까지 익숙하게 생각한 모든 사상의 지평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 미셸 푸코'

그래서 그는 ‘푸코의 안경’을 쓰고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읽어나갔다. 모든 독서는 이런 식이다. ‘순수한 독서’는 불가능하다. 위대한 ‘타인의 안경’이 없더라도, 근본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책을 대한다. 그리고 그 책은 늘 ‘독자의 관점’으로 재단되고, 이해된다. 하지만 그는 [바벨의 도서관] 쯤에서 그의 이해가 어긋남을 경험했다. ‘푸코의 안경’으로 재단할 수 없는 무엇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자신을 독서로 끌고 왔던 강력한 푸코의 찬사는, 독서를 하면서 그에게 독이 되었다. (여기서 또다시 그의 오래된 안경이 작동한다. ‘부처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었다면 부처를 죽여라!’ 도무지 끝나지 않는 간섭의 쐐기이며, 그의 생각에서 뻔한 ‘신파’의 북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표지 그림, 네덜란드 판화가 모리스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리는 손] - [픽션들]이 주는 여러 가지 주제 의식에서 무한과 반복의 상징과 연결된다. 서로 그리는 손의 이미지는 무한과 반복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세계로 통하는 문과 같다. 표지가 [픽션들]이라는 책의 문에 해당된다면, 환상의 세계를 연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절한 표지 그림의 선정으로 보인다. 그는 다시 한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표지 디자이너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에 좌절한다. (첫 번째 좌절은 [적과 흑]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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