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작가 연보]는 주로 보르헤스의 작품과 문학적인 업적, 그리고 약간의 사생활로 구성된다. [픽션들]을 통해 보르헤스를 처음 접한 그는 당연하게도 [작가 연보] 속 수많은 보르헤스의 저작 List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겨우 그가 읽어낼 수 있는 보르헤스는 어릴 때부터 영어 문학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간간히 했으며, 소설집도 몇 권 냈지만, 평생에 걸쳐 시를 써오고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라는 사실이다. 시인이라는 사실에서, 그는 [픽션들] 속 단편들에 나타나는 함축적이고, 다중의 의미를 지니는, 밀도 높은 표현들이 많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다. 이런 다중 의미와 함축성이 역자의 번역을 어렵게 했다고, 역자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판 [픽션들]을 읽는 스페인어 문외자인 그는 불행하게도 [픽션들]에 나타나는 시적 느낌을 받기는 다소 어렵다. 분명 보르헤스 이해의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작가 연보]가 보르헤스의 독서에 맞춰진다면 어떨까? 즉, 그가 쓴 작품과 병행하여, 연도별로 그가 읽었던 책들을 병기해 놓으면 어떨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가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통해, 그는 한 발짝 더 보르헤스에게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작가 연보]는 보르헤스 초보자인 그에게 보르헤스와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 메시지에 불과하며, 그 속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보르헤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가 [작가 연보]에서 주목한 것은 보르헤스 나이 39세 때 사고로 인하여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건이다. 연보 속 1938년의 기록은 이렇다.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남. 지방 공립 도서관 사서 보조로 근무함. 큰 사고를 당하고 자신의 지적 능력을 상실되었을지 몰라 걱정함.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번역’. - 이 1938년의 기록은 마지막 단편 [남부]의 중요한 에피소드가 된다. 그리고 또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도 차용되는데, 푸네스는 사고 이후 더욱 탁월한 100%의 기억력을 가지게 된다. 보르헤스 역시 1938년의 사건 이후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와 같은 보르헤스적인 작품을 쓰게 된다. 연보의 묘사는(지적 능력의 상실을 걱정함)는 기우인 것이다. 보르헤스는 사고 이후, 우리가 아는 탁월한 보르헤스가 되었다. 그리고 또 그가 주목한 것은 1978년 출판한 [불교란 무엇인가?]이다. 그는 여기서 그의 무릎을 쳤다. [픽션들]에 나타나는 순환적인 시간의 개념과 道를 찾아가는 수도승 같은 모습의 등장인물들에서 십우도의 선재동자를 계속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음에 읽을 보르헤스의 책으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품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