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각론- [불사조 교파]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by YT

단편은 보르헤스가 만든 미로다. 그는 단편을 읽어가며, 헨젤의 반짝이는 조약돌 표식처럼, 불사조 교파의 특징과 비밀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와 표현들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렸다. ‘세계 방방곡곡에 존재’, ‘자유업’, ‘박해받지 않음’, ‘코르크나 밀랍’ 등등. 그리고 세 번째 읽기부터는 동그라미 친 단어에 강세를 두고 소설을 다시 읽었다. 읽을수록, 점점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동그라미들의 의미는 커지고 분명 해지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보르헤스가 미로의 중앙에 위치시킨 비밀의 정체에 도달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것 같은 과정이었다. 좁혀 들어가고, 조여 가는 쫄깃함을 그는 이 짧은 단편에서 경험한다.

그는 미로의 가운데에 있는 비밀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절대로 노골적으로 그것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혹자의 말을 빌려 그것은 ‘본능’ 같은 것이라고 다시 한번 미끼를 슬쩍 흘린다. 정말 애간장 태우는 밀당의 고수, 보르헤스다. ‘본능’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보르헤스가 ‘道를 찾아가는 구도자 자신이 道’라는 [알모타심으로의 접근]의 전개와 비슷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로의 가운데는 ‘행복’이 있다는 생각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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