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사랑은 사랑일까

어설프지만 그렇기에 배울 수 있다

by 더 메모리 THE MemorY


어린 시절, 나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지금 돌아보면 웃음만 나오지만 그때는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학교가 끝나면 이 친구 저 친구 다같이 함께 놀러다니고는 했다. 그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던 친구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다같이 어울려 놀러다니면서도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그 친구를 향한 감정은 그저 즐거움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내가 그 친구를 향한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옆에 다가가면 어쩔줄 몰라 부끄러워지고 저 멀리 보이면 괜히 숨고 싶어지는 그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을 뿐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약간의 장난으로 시작한 좋아하는 척 연기했던 것이 실제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혼란스러웠고 그래서 그 친구에게 더 틱틱대며 못되게 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한다는걸 깨닫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내 마음을 알고나자 마자 바로 그 친구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 그렇게 나는 내 감정을 존중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나도 어설픈 감정이었기에, 아직 너무나도 어렸기에 나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내 감정을 말하기 급급해서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저 내 마음만 받아주기를 바랐다. 나는 나의 감정을 존중했지만 상대방의 감정은 존중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나에게 중요했지만 상대방의 마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니 나의 어설픈 행동도 감정도 ‘사랑’이라고는 부르지 못할 것 같다. 그저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강요하는건 사랑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때는 그저 그게 옳은 줄로만 알았고 나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내가 나의 세상의 중심이었고 그리고 나의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지나가는 인연들 중에 어설픈 관계들도 분명 존재한다. 아직 철이 안들어서 서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워나가는 그런 어설픈 관계와 인연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성장한 후에는 어설펐던 그때를 되돌아보며 지나간 인연들에게 미안해진다. 조금 더 배려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 더 양보하지 않았던 것을, 조금 더 존중하고 아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다가올 인연들에게 후회없이 모든 것을 주리라 다짐한다.


그렇기에 나는 어설픈 관계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설프지만 그렇기에 배울 수 있고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지나간 인연에 후회만 안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배워나간다면 나는 모든 관계에 어설픈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서.



하지만 나의 어설픈 감정을 받았던 상대방은 어땠을까. 그 상대방도 배우는 단계였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연습하는 단계이고 많은걸 배웠을테니까. 그러나 일방적으로 어설픈 사랑을 받아들여야 했다면 혹은 이미 그 단계를 거쳐 성장한 상태였다면 어떨까. 존중이 없던 나의 ‘사랑’을 과연 상대방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때의 어설픈 나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칭할 수조차 있을까. 나는 어설픈 관계가 우리 인생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설픈 사랑이 애초에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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