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억압의 사슬이 되었다

사랑을 하는 이유

by 더 메모리 THE MemorY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럼 관심과 사랑은 같은 말인 건가. 관심이 없다면 사랑이 아닌 건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억압이다. 내가 아무리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의 관심을 관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관심이 아니고 사랑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여도 상대방에게 내 사랑을 강요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나의 마음을 앞세워 상대방에게도 같은 마음을 강요할 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억압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은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면서 정작 상대방의 마음은 짓밟아놓는다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억압과 폭력은 상대방을 숨 쉬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하는 사랑은 옳고 남이 하는 사랑은 틀리다. 나의 사랑은 위대하고 남의 사랑은 보잘것없다. 나의 도움은 진정한 도움이고 남이 하는 도움은 필요 없는 도움이다. 나도 그 사람도 사랑할 줄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의 사랑을 손가락질하고 거부할수록,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고 비난할수록, 나는 나의 사랑으로 나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억압한다.


사실은 오히려 관심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억압이 된다. 거기다가 그 관심은 남을 향한 관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관심이 될 때 사랑이 되지 못하고 뒤틀린 관심이 된다. 지금 상대방이 정말로 필요한 말과 행동 대신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도 커서, 배려하는 나의 모습이 고통에 힘겨워하는 상대방보다 더 중요해서 나의 관심은 사랑이 아니라 억압이 된다.


지금 상대방이 필요한 건 더위로 인한 오랜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물 한잔인데 지금 내가 보이고 싶은 모습은 두꺼운 털옷을 입혀주는 모습이라서. 지금 친구가 원하는 건 같이 눈물을 흘려주는 것인데 나는 자존심과 오기로 똘똘 뭉쳐있어서. 지금 동생이 원하는 건 괴로운 고민을 들어주는 것인데 지금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남에게는 상처가 되어버린다. 나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남에게는 억압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하기 위해서? 남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 희생하기 위해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서? 왜 우리는 사랑하고 때로는 억압하는 걸까. 왜 우리는 사랑하고 괴로워야 하는 걸까. 사랑받기보다 억압받고 상처받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렇게까지 해서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의 반대말은 억압이다. 사랑하지 못해서 억압하고 사랑받지 못해서 억압당한다. 사랑은 자유로이 날아야 하는데 배운 적 없는 사랑에 몸은 자유로워도 마음은 자유롭지 못한다. 한 곳에 머무르는 사랑은 언젠가 고이고 썩어 문 들어고 베풀지 못하는 사랑은 언젠가 내 마음 한 구석에 처박혀 억압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사랑을 받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우리는 사랑을 마음껏 받고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행복하기 위해서도, 남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도 아니다. 배우지 못한 사랑이 베풀지 못한 사랑이 받지 못한 사랑이 자라고 자라 결국에는 내 마음의 그늘이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그 그늘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소중한 마음을 짓밟아버리니까. 그렇게 늘 상처만 주고 상처만 받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상처의 고리가, 아픔의 고리가, 억압의 사슬이 언젠가는 끊어져야 하니까. 그리고 사랑만이 그 오래된 고리를 끊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사랑을 받고 배우고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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