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미련하다 말하는 건

굳이 하는 사랑이어서

by 더 메모리 THE MemorY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무언가를 한다는 건 그 일에 혹은 그 일 뒤에 있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에 목숨을 거는 건 그게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라는 말. 아플걸 알면서도 굳이 뜨거운 불길에 다가가는 건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라는 말. 그래서 바보 같다. 굳이 알면서도 바보같이 사랑에 뛰어드는 우리가 그리고 내가 바보 같다.


나는 매 순간 후회를 안고 산다. 그때 좀 더 쉴걸, 있을 때 잘할걸,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길걸 하며 후회를 달고 산다. 그래서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기도 하다. 미련이 넘치다 못해 미련할 정도로 나 자신을 자책한다. 그리고 되돌아보며 생각한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떠맡아한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아플걸 알면서도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나는 미련한 건지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며칠 전, 친구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는 사랑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친구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마음 깊이 알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가끔 그 친구의 사랑이 과하다고 느껴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자처해서 사랑을 보여주는 그 친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 그 친구는 나를 매사에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으로 매번 보일 거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는 사랑과 인생에 회의적이었으니까.


완벽한 사랑이 없다는 나의 말에 그 친구는 그래서 사랑을 연습해야 한다고 답했고 사랑하기 무섭다는 나의 말에 그래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사랑에서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그 친구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내가 사람으로부터 숨으면 숨을수록 그 친구는 사람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삶을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그 친구는 굳이 더 사랑을 이야기한다.

인생에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없는 친절과 호의는 거짓이고 논리가 없는 사랑은 바보 같은 거다. 굳이 왜 자처해서 자기를 희생하는지. 굳이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논리가 없는 사랑은 미련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한다. 그들은 원래 감정에는 논리가 필요하지 않은 법이라며 인생은 논리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말한다. 미련하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사랑은 더 아름다워질 뿐이라고 논리가 없으면 없을수록 사랑은 더 귀해질 뿐이라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사랑은 굳이 하는 거다. 사랑이 없어도 살아지는데 그래도 굳이 사랑하는 거다. 누군가가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삶에 굳이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게 사랑인 거다. 그러나 사랑은 굳이 억지로 안간힘으로 노력해서 하는 게 아니라 굳이 찾지 않아도 스스로가 찾아오는 그런 게 사랑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찾아온 사랑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피하면 피할수록 불어 오르는 강물처럼 언젠가는 사랑에 잠식 돼버릴 테니까. 그래서 사랑은 미련하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그렇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사랑은 미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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