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지만 사랑한다
그러나 사랑해도 미울 때가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밉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다. 나는 그동안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쩌면 사랑과 미움은 함께 공존하는 감정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의 감정은 사실 마냥 행복하고 긍정적인 감정만이 아니라고. 사랑을 느낄 때면 사실은 부정적인 감정과 우울함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생성된다는 것이 심리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실이라는 것도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믿지 못했다. 나에겐 사랑은 즐겁고 행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 항상 즐거워하는데, 감사해야 하는데 왜 아프고 왜 불행을 느껴야 하는지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은 마냥 긍정적인 감정뿐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밉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프고 사랑하기 때문에 슬프다는 것을.
세기의 사랑 이야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 이야기를 보면 매번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한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끝이 아니라 그 후에 뒤따라오는 감정선까지도 우리는 보고 느낀다. 내가 즐겨봤던 드라마 중에 ‘상속자들’도 그러했고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러했고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다 그러했다. 미묘한 감정선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표현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동화시켰다. 그렇게 배우들의 감정에 동화되다 보면 사랑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가 있다. 사랑에는 질투, 시기, 미움, 슬픔, 아픔, 고통,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이 함께 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미운 사랑이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누군가를 열렬히 온 맘 다해 사랑하는 만큼 미워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해하는 만큼 마주하게 될 현실에 낙담한다. 보고 싶었던 만큼 미워지고 그리웠던 만큼 고통스러워진다. 그러나 밉지만 보고 싶고 아프지만 그립고 후회가 되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거. 나는 미운 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