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라는 그림자에 가리어진다

분노가 걷히고 나면

by 더 메모리 THE MemorY


무지한 사랑이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한 사랑은 사랑이 될 수가 없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결국에는 마음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사랑이 없는 걸까.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다면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을 관심이라면 왜 서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걸까. 애초에 사랑이란 게 존재하기는 한 걸까. 사랑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그들이 슬프면 나도 슬프고 그들이 기쁘면 나도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을 잘 모른다. ‘힘들다 아프다 죽을 것 같다’하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이 그들의 삶을 알아서 살기를 바란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게 과연 가능한 걸까.

나는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겉으로라도 공감하고 잘 들어준다. ‘왜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지?’ ‘나랑 뭔 상관이야.’ ‘귀찮아.’ 그러나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런 생각이 대다수다. 가랑비에 젖는다는 말처럼 힘든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 화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점점 그 감정에 잠식되어 버린다. 그리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들을 향한 사랑보다 분노가 더 커지니까.


사랑에는 존중이 필요하다는 게 이 때문이다. 존중이 없다면 아무리 사랑을 해도 그 사랑의 끝은 결국 분노이기 때문이다. 용기 내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여도 돌아오는 것은 더 강력한 압박과 간섭이라면 그들을 사랑하는 나의 감정보다 그들을 미워하는 나의 감정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사랑을 잃어가고 분노로 덮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본질은 깨닫고자 노력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묻고 또 묻는다.


누군가 사랑을 해본 적 없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을 해본 적 없는 게 아니라 사랑이 너무 아팠다는 걸. 사랑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랑이 두려운 것일 뿐이라는 걸. 사랑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상처가 너무 크다는 걸. 상처로 인한 분노가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면, 그래서 언젠가 그 분노가 걷히고 나면 사랑이 드러나겠지.

keyword
이전 09화지식이 없는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