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처음은 축복이 되었고

첫사랑은 축복이다

by 더 메모리 THE MemorY


신기하게도 첫사랑만 생각하면 그때의 날씨, 기분, 생각이 그대로 느껴진다. 나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할 수 있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이 행운은 찾아온다. 뜻하지 않게, 생각지 못하게 찾아온 행운은 대부분이 그렇듯이 원하는 해피엔딩은 얻지 못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운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놀랍도록 감사한 일이다.


어린 시절, 일 년 가까이 좋아한 친구가 있었는데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기회가 없는 게 정말 아쉽다. 물론 어릴 때라서 깊게 이야기하는 건 어려웠겠지만 지금도 종종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낼까 떠올린다. 나는 어렸을 때 좋아한다는 마음 표현을 솔직하게 하던 아이였다. 아이들은 원래 다 솔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나이 때는 괴롭히는 게 좋아한다는 표현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짝꿍이 되었는데 그날 기뻐서 집에 오는 내내 신나서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내 눈은 항상 그 친구로 향했고 축구를 좋아하던 그 친구가 축구하는 모습을 엿보며 설레어하곤 했다. 추운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게 되었다. 꽁꽁 껴입고도 추워서 발만 동동 구르던 나는 앞에 데굴데굴 굴러오는 공을 뻥– 시원하게 차버리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순간 운동장 위에 얼어있던 얼음에 미끄러져 꽈당 뒤로 넘어져버렸다.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웃고 있었고 나는 너무나도 창피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그 친구와 있으면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러갔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고들 하는데 나는 반대로 시간이 멈춘 듯 그 순간순간이 내 기억 속에 차곡차곡 담겼다. 슬로모드로 흘러가는 영상처럼 그 친구가 웃는 장면, 축구하는 장면, 말하는 목소리 등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보통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나의 첫사랑은 살짝 달랐다.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안 이루어진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아쉬운 것은 앞서 말한 듯이 그 친구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오고 가는 짧은 대화는 있었겠지만 그 친구와 생각을 나누는 깊은 대화는 한 적이 없다는 게 많이 아쉽다.


정말 어렸지만 정말 많이 좋아했다. 그 친구 앞에만 서면 항상 부끄러워했지만 후회 없이 표현하고 내 마음을 말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많이 특별한 이유는 처음으로 내가 내 마음에 솔직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기 때문이고 내게 추억을 안겨준 친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내가, 우리가 그립다. 나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관계를 재지 않고 솔직하게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 순간이 첫사랑이 되었다.


누군가를 순수하고 솔직하게 한없이 열렬하게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축복을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keyword
이전 10화분노라는 그림자에 가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