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집 10
알바를 시작하며 점장님께 들었던 말 중 하나는 '고객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이었다. 고객은 갑이니까 우리는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거다. 그 때 문득 "나도 갑의 입장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토로하던 전 회사 동기들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갑이다. '을'로서 일하는 우리지만 어느 곳에선 '갑'인 우리고, '갑'으로서 서비스를 받는 동시에 누군가에겐 '을'로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갑이고 을이고를 따지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상하게 그 사실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여기서 이렇게 좋지 않은 컨디션을 꾹꾹 숨기며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누군가도 내게 그리 서비스를 제공했겠지, 씁쓸하기도 했다. 자본 아래에서 누군가를 갑으로 대우하고, 대우 받는다는 것이 참 우습기도 했다. 어쨌거나 기억하기로 한다. 우리는 모두 갑이라는 사실을.
- 어느 겨울 날 알바 쉬는 시간에 휘리릭 끄적인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