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암을 이겨내고 있다.

본래 DNA를 되찾는다.

by 누리

암으로 고통받는 인간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8.1%이며, 남자(기대수명 80.6세)는 5명 중 2명(39.1%), 여자(기대수명 86.6세)는 3명 중 1명(36.0%)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암은 우리 주변에 가족, 친척, 친구들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잔인한 질병입니다. 인간은 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는 누구나 다 아픈 기억을 하나쯤은 갖고 산다는 말입니다.




회상


아들이 떠난 지 수많은 해가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 가슴을 깊이 저미게 한다. 아들은 brain stem cancer, 뇌간 종양이라는 잔인한 병으로 불과 몇 달 만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가 병을 진단받고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시간은 겨우 3개월이었다. 너무 짧고도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과 허망함이 함께했다. 그리고 남은 나는 매일 질문했다. "왜 하필 우리 아이였을까?"


아들이 병을 진단받은 날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아들은 summer camp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넘어졌는데, 불운하게도 뒤로 넘어져서 돌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했다. 약간의 피가 났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응급 처치만 했다고 들었다. 아이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고 좋아하는 라크로스 운동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던 아이가 갑작스레 균형을 잃고,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했을 때 단순한 감기나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며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 결과는 너무나 가혹했다. 의사는 뇌간에 자리 잡은 종양이 수술조차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설명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직 할 수 있는 방법은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끔찍했다.


우리는 그 후로 온갖 방법을 찾아다녔다. 병원, 약, 대체 요법, 기적적인 사례를 찾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냉혹했다. "뇌간 종양은 치료가 어렵습니다."라는 말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은 점점 멀어져 갔고, 아들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은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되었고,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아이가 병상에서 점점 힘겹게 암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은 나를 산산조각 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적 같은 존재였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웃으려고 했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형과 가족을 걱정했다. "엄마, 괜찮아요." 그가 힘겹게 뱉어낸 이 말은 내 마음을 찢어놓으면서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그는 떠나기 전까지도 우리를 위로하려는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배웠다.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아들이 떠난 날, 나는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내 품에서 그의 손이 점점 차가워질 때,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외치고 또 외쳤다.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들은 그렇게 조용히 하늘로 돌아갔다. 나는 아들이 떠난 이후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같이 방에 들어가 텅 빈 침대를 바라보며 무너졌다. 아들의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들이 나를 울게 했고,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슬픔 속에서 갇혀 있는 것은 아들이 바랄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아들은 우리 가족에게 더이상 오지 않을 가장 행복했던 10년을 선사하고 떠났다. 고통 속에서도 살아 있는 순간을 사랑했던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암은 그의 어린 몸을 억압했지만, 그의 영혼과 사랑은 끝내 그 병에 물들지 않았다. 아들은 자신의 시간 속에서 빛을 발했고, 고통 속에서도 우리에게 사랑을 전하며 떠났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암이라는 병이 아들의 삶을 잠시 가로막았지만, 아들의 존재는 영원히 우리 안에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아들을 생각하며 조금씩 삶을 배워가고 있다.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지만, 그 슬픔 안에는 감사함도 함께 있다. 아들이 내게 가르쳐준 사랑, 희망,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용기가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암은 아들을 데려갔지만, 아들의 기억과 사랑은 그 병을 넘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아들이 떠난 후, 나는 하늘의 별들을 자주 바라본다. 그곳 어디에선가 그는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손길이 그립지만, 이제는 조금씩 웃으며 그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암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사랑을 기억하며, 내 마음속 암과도 싸우며 조금씩 자유를 찾아가고 있다.


아들아, 너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었구나. 너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슬픔 속에서도 미소 짓는다. 너는 내게 사랑과 용기를 가르쳐준 나의 스승이었고, 나의 빛이었다. 너를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너의 그 따뜻한 웃음을 잊지 않고, 나도 언젠가 너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분 명상 (영상: Pixabay, 음악: Udio)


keyword
이전 10화10. 암치료에 전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