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이 있을 때 멈추면, 회복이 오히려 더디다.

성장통은 회복의 과정을 통해 단단해진다.

by 양양이

나는 로드사이클을 제법 탔었다. 코로나 시절에 공항에서 일하던 나는 거의 셧다운이 된 공항 덕분에 쉴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가만히 집에 있기 싫었던 나는 로드사이클을 타게 되었다. 실내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야외로 나가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하는 운동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100km 라이딩을 혼자 탈 수 있어야 동호회에 끼워 준다던 전 남자친구의 말에 나는 잠실에서 출발해 아라뱃길의 강력한 역풍을 뚫으며 혼자 100km를 완주하기도 했었다. 혼자 자전거를 타는 것도 나름 괜찮았지만, 사실 나는 혼자 하는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하게 되면 실력이 느는 것도 더디고, 힘들다고 생각되면 바로 페달을 놓고 쉬어버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함께 라이딩을 하면 혼자서는 30km도 겨우 탔을 텐데 시너지 효과가 나서 100km도 거뜬히 탈 수 있었다.


동호회에 들어가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초보자였던 나는 고수들 사이에 끼어, 힘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 없었다. 다 같은 속도로 타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면 바로 낙오가 되기 때문이었다. 속도가 느린 나를 다들 기다려 주긴 했지만, 사실 민폐같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일행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탔었다. 그러다 보니 늘 자전거를 다 타고나면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들을 사용하다 보니, 자전거용 근육이 단단해지기까지 뭉치고 풀리고 뭉치고 풀리고의 연속이었다. 정말 자전거를 다 타고나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근육통에 시달렸고, 라이딩을 한 당일 보다 그다음 날 더 단단하게 뭉쳐 죽을 맛이었다. 그럴 때마다 동호회 사람들은 나를 억지로라도 끌고 나왔다. 근육통에 시달릴수록 그다음 날은 리커버리 라이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ZONE 2 - 자신의 심박 중 70% 정도까지만 사용하는 운동법 - 정도의 슬슬 쉬어가며 라이딩을 한번 해줘야 뭉친 근육이 풀어진다고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대로 뻗어 침대 위에 누워버리면, 뭉친 근육은 더 뭉치고 최소 일주일은 넘도록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곤 했다. 그래서 억지로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동호회 사람들과 ZONE2 라이딩을 하고 오면 라이딩 당시엔 죽을 맛이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뭉쳤던 근육들이 빠르게 풀려 있었다. 그걸 우리는 회복 라이딩, 리커버리 라이딩이라고 불렀다. 정말 귀찮고 힘든 과정이지만, 근육통을 위해서 꼭 해줘야 하는 훈련 방법이었다. 그리고 리커버리 라이딩을 하고 난 뒤에는 근육통은 사라지고, 더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자전거용 근육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동회회 사람들을 믿지 않았다. 이렇게 근육통에 시달리는데, 자전거를 한번 더 타라니. 도저히 못 탈 것만 같았다. 펌핑된 허벅지 근육이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냥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회복의 방법이 아니었다. 근육통을 겪는다는 건 근육이 운동으로 인해 찢어지고, 그 찢어진 틈이 회복되기를 반복하면서 단단한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다.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통인 것이다. 이런 성장통은 비단 운동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여러 고난에 넘어지고 아픔이 생기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넘어서면 비로소 배우는 것이 꼭 생긴다. 그러면서 삶의 지혜를 하나씩 깨닫게 된다. 어떤 어려움을 겪었다고, 그저 가만히 있다고 회복되진 않는다. 그 회복을 위해서 서서히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넘어진 자리에서 그저 넘어져 있기만 해서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괴로운 일이지만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속에서 극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조금씩은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서서히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다시 일어날 힘을 고통스럽지만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근육은 찢어졌다. 회복되는 과정은 그만큼 고통스럽다. 하지만 분명 서서히 회복하는 방법을 찾게 되면 반드시 더 단단한 근육이 생긴다. 아이러니하지만 사람은 늘 고통을 겪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 나만의 회복방법을 찾아서 스스로 회복하려 노력한다면 그 고통은 그 자리에 머물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 그랬다. 한참 더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의 아픔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내면은 더 단단해졌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다. 인생의 다른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고통이 찾아왔을 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각자 하나씩 방법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오래 힘들지 않을 수 있게, 너무 오래 근육통이 머무르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전 보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언젠가 근육은 또 찢어질 테고, 회복되고, 또다시 찢어지면서 삶의 근육이 단단히 생겨 더 이상 근육통을 겪지 않아도 될 때까지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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