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 고등학생 때부터 제대로 쓰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마냥 숙제처럼 느껴졌는데, 하면 할수록 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감사 일기를 쓰지 않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익숙해진 것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감사 일기를 마주했을 때 내가 찾던 감사는 주로 물질적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꽤 영향을 주는 큰 것들만 적었다. 매일마다 감사 일기를 기록해야 해서 점점 쓸 말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제대로 있음에 감사,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 이 세상에 감사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한탄을 하시던 교감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에 하나씩 평소에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감사 일기에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1년 반 동안의 여정 가운데, 늘 감사 일기와 함께하였다.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최소 21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미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게 더 어색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음으로써 분노에 찬 마음을 가라앉힌다.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함을 느낄 수 없는 마음이 메마른 상태에서 감사함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감사함을 하나씩 찾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면 거의 나는 상대방보다 회복력이 빨랐다. 나만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편안한 상태를 되찾을 수 있는 덕분이다.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그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였으니까.
감사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에도 이와 관련된 글을 쓰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로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내가 만약 식물이라면, '감사 일기'는 영양제라고 할 수 있겠다.
감사 일기는 나의 숨구멍이다.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정적인 것을 찾으면 찾을수록, 인생을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오히려 죽음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사 일기는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픔을 겪은 그 순간에도 감사 일기 덕분에 살 수 있었다. 만약 감사 일기가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나는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었겠다고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는 감사한 것들이 정말 많다. 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여러모로 가진 게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누리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부터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나는 나인 것을 인정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애초에 태어나고 자라는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그들이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그들이 될 수 있는지. 참 어리석은 생각도 했네 하며 살짝 웃기도 하였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음에,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나만의 건강한 방법을 알고 있고 잘 활용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