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옛날의 이웃 간의 정겨운 모습을 보기 드물어졌다. 떡 하나도 나눠 먹었던 그 시절, 때로는 과거에 이웃 간에 정을 나눴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 나는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을 아주 좋아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6살 때쯤이었을까. 길에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꼭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마음에 다른 집의 벨을 열심히 누르고 다녔다.
"딩동~"
"네 누구세요?"
"혹시 강아지 키우시나요? 강아지를 잃어버리셨나요?"
"아니요. 안 키우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10분, 20분, 점점 시간이 흘렀다. 학원에 가야 했던 나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였다. 온 아파트를 헤집고 다녔는데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경비실에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경비 아저씨는 귀찮은 듯이 강아지를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학원 차량이 도착하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 타야만 했다.강아지를 내려놓자 갑자기 크게 짖기 시작하였다. 한껏 겁을 먹은 나는 황급히 문을 닫았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인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영어 학원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한 후에 나는 다시 학원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강아지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제자리에 있었다. 나를 발견한 강아지는 갑자기 꼬리를 흔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집으로 안전하게 바로 갈 수 있을지, 사실 조금 무서웠다. 학원 차에서 내렸고, 마음을 다짐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순하다고 생각했던 강아지가 갑자기 내 옷을 물었다. 잔뜩 겁을 먹은 나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으악!!! 저리 가!! 무섭단 말이야!!!"
팔, 다리가 물릴까 무서워 열심히 발버둥을 쳤다.
"살려주세요!!"
울면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때 갑자기 옆 동에 사시던 아주머니께서 빠르게 뛰어오시며 가방을 휘두르셨다. 가방에 맞은 강아지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때다 싶어 얼른 도망쳤다. 잔뜩 긴장을 하다가 갑자기 긴장이 풀린 나는 엉엉 울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낯선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적도 있다. 트럭을 몰고 동네 입구에 멈춰 선 아저씨들. 갑자기 창문을 열더니 맛있는 게 있으니 이리로 오라고 한다. 유괴예방 교육을 착실하게 잘 받았던 나는 언제든지 위험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과자를 던져 주는 것도 아니고, 꼭 아저씨들이 있는 쪽으로 와야 한다는 말에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엄마 아빠한테 사달라고 하면 돼요!"
"한 번만 더 그러시면, 경비실에 신고하고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조그마한 여자 아이 혼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옆에 내 집처럼 드나들던 이발소, 부동산, 슈퍼, 할인마트, 정육점, 세탁소 덕분이다. 좋은 이웃 덕분에 당당하게 나의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저씨 두 명은 발 빠르게 도망을 갔다. 혹시 또 올까 싶어 그냥 이발소에서 학원 차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였던 나는 이발 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저씨, 아주머니께 방금 일어났던 일에 대해 나누었다. 놀란 내 마음을 진정시키 위해 열심히 내 편을 들어주시던 이발소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렇게 나는 또다시 이웃 덕분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