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는데, 되려 그것을 받지 못하자 속상해하던 나는 엄마 앞에서 툴툴댔다. 나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계시던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무언가를 받기를 바라고 하는 거야?"
"상대방이 네가 해준 만큼 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럴 거면 왜 해줘?"
역시 MBTI, T다운 답변이다. (이성적인 사람)
대가를 바라고 그것에 충족하지 않는 태도가 돌아오면 상처받는 사람은 결국 나다. 상대방은 모른다. 나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관심도 없다. 오히려 조금 속상하다고 말하면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잠자코 혼자 생각만 하였다.
"대가를 바라지 말고 해 봐. 하나님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게 무언가를 바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니까. 너에게로부터 떠나간 그것은 그것대로 끝인 거야.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그만큼이 돌아올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다른 부분에서 네가 충만함을 얻을 거야."
나는 엄마의 말씀을 새겨 들었다. 그날 이후로 마음을 비우기로 다짐하였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 희생하듯이, 그런 마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공감보다 해결책을 제시하시는 엄마의 말씀이 의아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정말 대가를 바라지 않아도 나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짐작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교회 유치부를 섬기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돈을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시간을 들여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이유는, 그들의 미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면, 나의 마음도 흰색처럼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결국,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한 일이 나에게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 후배들을 정말 예뻐했다. 초, 중학생인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사랑을 가득 나눠주었다. 그게 열매를 맺은 걸까? 아직까지도 연락이 닿는 아이가 있다. 학교 다닐 때 많이 예뻐해 주고 챙겨줘서 고맙다며 4살 위인 나를 참 좋아해 준다. 나는 그냥 별 의도 없이 사랑을 나눠준 것인데, 그 아이는 그게 고마웠나 보다.
되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하얀 마음은 뒤에도 깨끗하다. 돈이나 권력에 욕심이 생겨 의도하였더라면, 흰색 같은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없겠지? 참 다행인 것은 하루라도 어렸을 때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양육자에 의해 보고 배우는 게 많은 덕분에,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