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볶지 않고, 해석한다.
"기분 좋은 쓴맛은 없다고 믿습니다."
단맛과 산미는 기호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도,
쓴맛만큼은 그 자체로 불쾌감을 남깁니다.
오래 로스팅한 탄맛을 '풍미'로 착각하는 문화는
소고기를 태워 먹고 잘 익었다고 말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쓴맛이 진하면 커피답다"는
오랜 오해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s)이 분해·전환되며 생성되는 클로로겐산 락톤(Chlorogenic Acid Lactones)과, 더 진행된 열분해로 나타나는 페닐인단(Phenylindanes)이 커피 쓴맛에 주요하게 기여하며
카페인은 전체 쓴맛의 15%에 불과합니다.
저는 커피를 태우지 않습니다.
'쓴맛·탄맛·텁텁함 제거'를 기준으로
로스팅합니다.
한 잔을 마신 뒤 목에 걸리지 않고,
입안을 맑게 비워주는 클린컵(Clean Cup: 잡미 없는 깨끗한 맛)—
보리차처럼 개운하고 부드러운 그것이 제가 지향하는 맛입니다.
오해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개운함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하고 묵직해도 속이 쓰리지 않고,
산미가 있어도 강도를 세심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쓴맛과 탄맛은 기술 부족과 철학 결핍의 증거일 뿐입니다.
제가 만든 대표적인 아메리카노 '깔끔한 초코'는
적당한 바디 위에 초콜릿의 단정한 끝맛이 맴돌며,
텁텁함 없이 시럽 없이도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부드럽고 깨끗하다"고 표현해 주셨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한우 불고기에 비유하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정성의 결과물이니까요.
로스터로서 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커피를 프로그래밍하듯
한 잔의 흐름을 설계합니다.
"첫 모금부터 마지막 한 모금까지
향미가 유지되는 커피."
그것이 제 커피의 기본값입니다.
쓴맛이 사라진 자리에,
진심이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