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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칼라릴리 - '인어공주'의 삶

순결한 사랑, 희망

by 열음

칼라릴리(Calla Lily)


나팔처럼 말려 들어간 꽃잎이 인어의

에스라인처럼 부드럽다.

물결에 흔들리는 듯한 꽃 덮개 한 장.

인어 공주의 머리카락과 꼬리처럼

외롭고도 아름답다.

마치 바닷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고결하고 우아하다.

인어 공주는 인간 왕자를 사랑하여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인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하여

아름다운 목소리를 포기한다.

사랑을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책을 읽으며

인어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었고

왕자를 구해주고도 말 못 하여

다른 공주에게 빼앗긴 그녀가 가엾고

처량했다.




오늘도 '진한' 하루를 보냈다.

심해의 인어가 바다결을 가르듯

나는 하루라는 바다를 숨 가쁘게 헤엄쳤다.

그녀의 현실인 바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구처럼

난 항상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

현실이 답답하거나
정체성을 잃어갈수록.

열정을 다하고 난 후에는

여지없이 번아웃이오며 증상은

극심한 '두통'이다.

영혼이 이탈하듯 의식이 육체를 바라본다.

찌르듯 '쿡쿡'대며 썰 듯 '욱신' 거린다.

몽환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고통을 잊는 방법이다.


바다를 품은 은빛 비늘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우윳빛 두 다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제는 바다 밖 세상에서 벗어나 갈망하는 인간의 세상으로

그녀의 이상이 이루어져 간다.

칼로 베이는 듯한 아픔도 잊은 채

자유와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꿈은

황홀하다.


두 눈을 감고 통증의 자극을 즐긴다.

이전의 자아와 추구하는 자아를

연결하며 두 자아의 간극을 심찰 한다.

흔들리는 정체성 속에서 고통스러웠을

인어 공주를 상상하며

다리와 머리의 극심한 찌름마저도

공감한다.

희생을 알지 못하는 왕자에게 버림받은 후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그녀

모든 것을 내려놓음은

이루어 내는 것보다 더 성숙함이 던가!

순수하고 꿈이 있었던 그녀는

칼라릴리의 꽃말

순수, 고결, 아름다움처럼

바닷속 한 송이 꽃이다.


오늘도 인어 공주를 상상하며

아픔 속에서

더 성숙한 나에게 용기를 준다.

꿈과 비움.

비워낸 그 자리에는


꿈의 꽃 한 송이가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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