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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석 돌나물 꽃- " 아들의 삶"

꾸준함, 사랑과 우정

by 열음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땐 도서관에 간다.

산자락 홀로 걸터앉은 도서관도

사색에 잠긴 듯하다.

봄바람 숨결을 머금은 초록의 돌나물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앙증맞은 작은 풀꽃이 산기슭에 앉아있는

모양새가 마치 쌔근쌔근 잠든 아기 같다.


풀꽃을 따는 할머니도 보인다.

하루 먹을 양만큼만 캐러 온다는 할머니의 표정이

아기를 돌보는 보모처럼 포근하다.


바이러스처럼 빠른 전파력에 의해 그려진 돌나물 지도가 유려하다.

요조숙녀처럼 다소곳이 앉아 돌나물 잎을 톡톡 떼어낸다.

연장을 동원하여 뿌리째 뽑아내느라 몸살을 앓지 않아도 된다.

흙을 털어내느라 끓는 물에 데칠 필요도

없다.

대충 씻어 깨소금과 초고추장만 뿌려

놓으면 일품요리다.

새콤달콤한 맛은 그들의 상큼한 외모를

무척 닮았다.

사각거리는 호텔 침구 촉감처럼 아삭거리는 식감이 나른한 봄날 식욕을 돋운다.

더욱 기특한 것은 영양 만점이라는

사실이다.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하고 피를 맑게 하며 살균, 소염, 해독 효과가 있다.


아기 피부처럼 촉촉한 수분을 머금은

작은 잎은

미세 먼지도 튕겨 나갈 정도로 매끄럽고

탄력이 있다.

앳된 외모와 달리 외유내강의 성품을 가지고 있어

돌 틈 바구니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순식간에 번식한다.


볼매, 그를 알고부터는 그가 머무는 산과 들에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예전부터 늘 있었던 존재가 달리 보인다.

내 마음속 관심의 꽃이 활짝 피어나니 그가 더욱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오늘따라 햇빛에 반짝이는 노란 작은 꽃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님 같다.

나의 열린 마음을 눈치챘는지 더 관심 가져 달라 마음껏 매력을 발산한다.


사람도 관심과 인정받을 때 더 잘 자라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숨는 것이 편했던 것 같다.

‘튀지 않아야만 중간이라도 간다.’

나만의 합리적 계산법이었다.


국어 시간에 서서 책 읽기 순서가 되면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바들거렸다,

귀에 들리는 떨린 음성이 더 떨게 했고, 주위를 더 집중하고 고요하게 만들었다.

다른 누군가 산만하게 하여 제발 나에게

집중하지 않기를 바랐다.

눈은 글자를 보면서도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읽으며

교과서 독경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환한 빛을 거부하고 그늘을 찾아 숨는

먼지처럼

사람들의 그늘에 숨어 나의 부족함을 감출 수 있을 때 평안했다.

관심받지 못해도 괜찮다며 내면의 메아리를 반복적으로 울려댔다.


조카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모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나뒹구는 나뭇잎의 몸짓에도

배꼽이 빠지려 한다.

온순하고 수줍음 많은 막내아들이 그동안의 체증이 봇물 터지듯 유난히도 흥분해

보인다.

자중하라는 의미로 학급 인싸인 둘째 누나가 ‘관종’이라며 일침을 가하자

아들은 순간 얼음장이 된다.

부끄러운 표정이다.

몸은 차갑고, 얼굴은 뜨거운 것 같다.


어릴 적 그 시절로 잠깐 영혼의 여행을

떠나며

아들에 대한 마음이 저미듯 아려왔다.


‘관종’은 관심받지 못한 상처로

자존감, 열등감, 애정결핍에 의한 부작용을 표현하는

슬픈 단어다.

관심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책상 위 다육이도 볕과 통풍에 소홀하면

시들해져 가끔 애를 태운다.


아들의 평소답지 않은 오버 액션은

‘관심받고 싶다’는 작은 외침이었을 것이다.

나도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동질감의 표현이었으리라!.


나도 자신을 알리기에 서툴고 두려움이

있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돌밭처럼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스스로 위로하는 동안 어느덧 마음의 도량이 커가게 되었다.


관심받는 것이 부담이면서도

결국 관심과 인정을 받으며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봄바람 속에서 초록별을 머금은 돌나물에

노란 꽃잎이 피어났다.

꽃잎의 흔들림이

“나에게도 관심 가져 주세요 “

속삭이는 듯하다.


아들에게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우주를 품은 너의 존재가 별처럼 빛난다. “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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