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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요일 너의 비요일 3
12화
코끼리 게임
by
모퉁이 돌
Sep 26. 2021
코끼리가 슛을 할 건데
골키퍼 설 사람 없어요?
파타야 농눅 빌리지 진행자가
갑자기 게임에 참여할 관광객을 구한다.
대학 친구들이 날 보더니 자리에서 밀쳐내고
그렇게 난 요원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다시피
경기장에 들어선다.
만국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코끼리들은 흥분한 듯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생사를 걸고
결투에 임하는 기분.
긴장감은 이미
게임의 유희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
이윽고 호각소리가 울린다.
삐익-
쿵, 쾅, 쿵, 쾅!
공룡인지 매머드인지 몇 걸음 치닫더니
육중한 다리로 지구같이 크나큰 공을 휘둘러 찬다.
공이 열대의 습한 바람을 가르고
갈 지자를 그려대며 나를 향해 돌진해온다.
머릿속이 아찔하다.
지금이라도 냅다 피해버릴까?
어쩔까 저쩔까 고민하다
달아날 순간마저 놓친다.
필사적으로 두 팔을 모아 들고
허겁지겁 공을 막아낸다.
1초가 1분 같은 느낌.
다행히 팔은 안 부러졌고
공이 골대 밖으로 튕겨 나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괴물처럼 보이던 코끼리는 속상한 듯
쿵, 쾅, 쿵, 쾅! 발을 굴러댄다.
식은땀나는 그날의 기억은
22년이 지난 지금,
때론 세상에, 때론 사람에게 겁먹는 나를
다시금 교훈한다.
골리앗은 다윗을 절대 이길 수 없으니
피하지 말고 부딪쳐 이겨라고.
#20210926 by cornerk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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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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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회부에서 부산권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일기 쓰듯 매일 단상을 갈무리하고 또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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