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게임

by 모퉁이 돌

코끼리가 슛을 할 건데

골키퍼 설 사람 없어요?


파타야 농눅 빌리지 진행자가

갑자기 게임에 참여할 관광객을 구한다.


대학 친구들이 날 보더니 자리에서 밀쳐내고

그렇게 난 요원들에게 붙잡혀 끌려가다시피

경기장에 들어선다.


만국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코끼리들은 흥분한 듯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마치 콜로세움에서 생사를 걸고

결투에 임하는 기분.


긴장감은 이미

게임의 유희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


이윽고 호각소리가 울린다.


삐익-


쿵, 쾅, 쿵, 쾅!


공룡인지 매머드인지 몇 걸음 치닫더니

육중한 다리로 지구같이 크나큰 공을 휘둘러 찬다.


공이 열대의 습한 바람을 가르고

갈 지자를 그려대며 나를 향해 돌진해온다.


머릿속이 아찔하다.


지금이라도 냅다 피해버릴까?


어쩔까 저쩔까 고민하다

달아날 순간마저 놓친다.


필사적으로 두 팔을 모아 들고

허겁지겁 공을 막아낸다.


1초가 1분 같은 느낌.


다행히 팔은 안 부러졌고

공이 골대 밖으로 튕겨 나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괴물처럼 보이던 코끼리는 속상한 듯

쿵, 쾅, 쿵, 쾅! 발을 굴러댄다.


식은땀나는 그날의 기억은

22년이 지난 지금,

때론 세상에, 때론 사람에게 겁먹는 나를

다시금 교훈한다.


골리앗은 다윗을 절대 이길 수 없으니

피하지 말고 부딪쳐 이겨라고.


#20210926 by cornerk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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