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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11. 2019

12.힘은 써야 할 때

[시골도 백구도 처음입니다만]

아침잠이 무척 많다.


시끄럽게 울려 대는 알람을 끄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드는 꿀맛의 시간이 너무 좋아 더 늦게 일어난다. 아침잠이 많으면 키가 더 크려는 뜻이라는 ‘우리 편’의 민망한 변론도 있지만, 성장기보다 퇴화기에 가까운 비루한 육신을 가진 내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명백히 아니다.

한 때 ‘아침형 인간’이라는 화두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안 그래도 회사에 자주 지각했는데, 누가 만들어냈는지 모를 청천벽력같은 그 말이 상사의 입에 오르내리면 매우 부담스러웠다. 회사 동료와 잡담을 나누다가도 ‘아침형 인간이 있으면 저녁형 인간도 있지, 사람을 왜 그렇게 일방적으로 정의해?’라며 소심한 푸념을 세상에 대고 뱉어댔다.


누구든 각자에게 맞는 삶의 속도가 있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거기에 맞춰 살려 애쓰다가 조바심만 내고 불안한 긴장 속에 허둥대는 내 모습이 너무 못마땅했다. 되는 일은 없고 초조함만 커지며 스트레스로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그러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할 중요한 타이밍을 만나면 정작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시도조차 못 해보고, 놓쳐버린 버스 바라보듯 망연자실하게 흘려보내고 말았다.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 풀업(Full-up)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생체 메커니즘이다. 저녁형 인간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는 말은 그와 같았다. 아침형 인간에 몇 번 도전해보았지만, 역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생활패턴이었고 만성피로와 다크서클이 삶을 뒤덮었다. 회사의 팀 동료에게 종종 했던 말이 있다.


“힘은 쓸 때 쓰자.”


장점인지 단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아니다 싶으면 포기가 매우 빨라서 몸과 마음이 편안한고 즐거워하는 삶의 속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조금 빨리 가도, 조금 늦게 가도, 터보엔진을 달고 가속도를 높여도, 비상등을 켜고 차선을 넘나 들며 달려도, 후진기어를 넣고 뒷걸음질을 쳐도, 나만의 리듬과 속도를 유지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함을 알게 됐다.. 저녁형 인간인 내 삶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책임지고 모실 야간 조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길 꿈꾼다.


새벽 2시면 편의점도 문 닫는 시골에서, 저녁형 인간으로 산다는 게 썩 유쾌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 이런 사진 찍고 놀 거면 그냥 자는 게 힘을 덜 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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