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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워홀러 Nov 17. 2024

밴쿠버 건축회사의 현장, Site Visit - 저년차

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실무

이번 실무 편은 건축 회사의 현장 방문, Site Visit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이번에 다룰 현장 방문은 신입/저년차 때 있었던 실무를 다루기 때문에 '업무'라기보다는 '학습'에가깝다. 현장에 가는 것은 영어로 Site Visit이라고 하는데, 프로젝트의 건설 단계에 행해지므로 CA 업무*에 속한다.


*(Construction) Contract Administration




현장 방문은 여러 사진들로 증거(?)를 남기는 것이 필수인데,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맨 먼저 기준이 되는 사진을 찍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다음으로, 바라보는 곳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찍는, 또는 반대 등 자신만의 체계를 만든다. 예를 들어, 콘도의 한 Unit 내부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기준점으로 출입문을 가장 먼저 찍고, 실내로 들어가 각 방들의 내부를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찍는다.


현장 방문이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와 회사 양식에 Site Visit Report를 작성하는데, 프로젝트의 Progress 사진들과 특이사항들이 있다면 설명과 그 사진들을 업데이트한다. 참고로 회사나 집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Travel Hours로 Billable Hours*, 일한 시간으로 간주한다. 한 예로 Burquitlam에 위치한 프로젝트는 밴쿠버 사무실로부터 차로 1시간 떨어진 거리, 현장을 가는 날은 왕복 2시간을 업무 시간으로 썼다.


*Billable Hours, Payable Hours, 근로 시간




내가 신입과 저년차 때 선임을 따라갔던 Site Visit의 주목적은 Progress Review와 Life Security Check이었다. Progress Review는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일반적인 현장 방문으로 건축회사가 주기적으로 현장을 감리하는 것인 반면, Life Security Check는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목적의 현장 방문이다.


현장 방문을 위한 준비물은 아래와 같다.

Toe boots (필수)

Vest (필수)

Hard hat (필수)

Tape measure (선택)

Safety Glasses (선택)

Gloves (선택)

위 준비물들을 착용하고 현장 사무소 (보통 컨테이너 박스)에서 현장 감독 (Site Superintendent*)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에서 준비된 양식에 서명 후 안전 교육을 받는다. 매우 형식적인 절차이다.


참고로 현장의 영어는 F**k 단어 사용이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고 빠르다.

*줄여서 Site Super라고 부름




저년차의 Progress Review 현장 방문은 책임감이 0에 가깝다. 따라서 신입 때 현장을 가게 된다면, 이 순간을 현장 학습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은데, '백문이 불여일견'의 장이다. 또한 컴퓨터에서만 보던 3D 모델을 실제 크기로 눈앞에 마주할 때 기쁨이 매우 크다. 그리고 현장 방문 전 평면도와 단면도, 여러 디테일 도면들을 많이 숙지해 간다면, 현장에서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뜨이고 매 순간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곳곳에 보이는 것들과 궁금한 것들을 선임이나 매니저에게 바로바로 질문할 수도 있다.


한편 Life Security Check는 '선임을 따라다니는' 수동적인 Progress Review 현장 방문과 사뭇 다르다. 이 현장 업무는 책임자가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Tape Measure를 이용해 길이를 재야 하는 매우 능동적인 Site Visit이다.


Life Safety Check 자체는 매우 평이하다. 생각나는 것만 열거하면 아래와 같은데,

Window Opening은 3 15/16"을 넘으면 안 된다.

Balcony의 Guardrail은 42 1/8"보다 낮으면 안 된다.

Balcony의 Guardrail에 어떤 Gap이든 3 15/16"을 넘으면 안 된다.

Balcony Guardrail 근처에 Patio Climbing Hazards가 있으면 안 된다.

사진과 함께 설명을 덧붙이면,


1. 창문을 열었을 때 그 간격은 3 15/16"을 넘으면 안 된다.

큰 물체가 창문을 통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체크리스트의 숫자들이 똑 떨어지지 않고, 분수인 이유는 Building Code의 Metric 숫자를 실무에서 쓰는 Imperial로 환산했기 때문이다. 분수가 포함된 숫자들은 소수점의 Metric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매우 어색한데, 나는 Tape measure 3 15/16" 숫자 위에 빨간펜으로 표시를 해두어 눈에 쉽게 띄게끔 했다.


 2. Balcony의 난간은 42 1/8"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


Balcony 바닥의 가장 바깥표면인 Finish부터 Guardrail의 Top부분의 길이를 재면 되는데, 모든 길이를 재볼 필요 없이 끝 부분들만 체크하면 된다. (아래 빨간색으로 표시해 둔 세 부분).


참고로 도면의 난간 높이는 분수없이 42"까지만 나타낸다.

일하면서 탁트인 바깥 경치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눈에 잘 뜨이도록 42 1/8"도 Tape measure에 표시를 해두었다.


 3. Balcony의 난간의 어떤 틈(Gap)이든 3 15/16"을 넘으면 안 된다.


3 15/16" 길이는 생각보다 길다. 그래서 발코니에 보이는 모든 틈들의 수치를 일일이 Measure tape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간격은 2"도 안 되는 틈이다. 현장에서 육안으로 그 틈이 매우 크게 느껴질 때만 줄자를 대 보도록 한다.


4. Balcony Guardrail 근처에 어떠한 Patio Climbing Hazards가 있으면 안 된다.


여기서 '근처'라 함은 난간으로부터 42"이내를 말한다. (아래 빨간색) 그리고 Climbing Hazards는 발코니 안의 모든 부속품들이다.

이 부속품들 중 Patio Climbing hazards로 간주하는 것은 5 1/2" (위 파란색)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물체들 중 그것의 Projection이 1/2" 이상일 때이다. 그 Projection이 1/2"를 넘는다면, 누군가 그것에 발을 딛고 올라서서 난간 밖으로 떨어질 위험이 발생한다.



Life Security Check 현장 업무는 따로 Report를 준비하지 않는다. 단지, 위 리스트에 저촉되는 아이템이 발견될 때 매니저에게 보고하면 된다.


이 외에 특별한 것은 없이 각 콘도 유닛들을 돌며, 위 아이템들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위 프로젝트는 30여 층으로, 세 명이 분담하여 이틀에 걸쳐 확인을 했는데, 이 업무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해도 될 정도로 매우 평이하다.




다음 건축 회사 실무 이야기는 중년차의 현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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