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야 찾았네

by 육순달



당랑의 전설

죽어서야 찾았네

쉴만한 그늘












서너 번쯤 탈피에 성공한 듯한 크기의 사마귀가 말라죽은 채로 내게 왔습니다. 오래된 편지라도 발견한 것처럼 조심스레 들여다봅니다. 마른 낙엽같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합니다. 죽어서 마른 건지 말라서 죽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작은 풍뎅이 친구도 함께였습니다. 어쩌면 둘이 한낮의 추격전을 벌이다 지쳐 쓰러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 인간 앞에 온 것입니다.

旅に病んで夢は枯野をかけ廻る
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들판을/ 헤매고 돈다

하루빨리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일 것입니다. 최대한 열심을 내어 몸을 과열시켜 영을 인식한 뒤에 콱! 하고 뚫어버리는 겁니다. 아니면 콱! 하고 뚫려버리는 겁니다. 죽음을 위해 우리에게는 욕망이라는 전차가 달려 있습니다. 사고는 운이 따라야 합니다. 인위는 본능을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욕망 내지는 의지가 부족하면 잘 늙지가 않는 듯합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욕망이라는 이치가 완전히 사라지며 퇴행을 감지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도, 외향도 나날이 어려지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머리로 무덤을 만들어 잠시 명복을 빌었습니다

최상의 몰입가운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이들의 부러운 죽음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말라가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 통장이 말라갑니다. 이제 다시 돈을 벌어야 할 텐데 추격하는 법도, 도망치는 법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하이쿠의 첫 행 ‘당랑의 전설’은 채만식의 동명 소설 제목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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