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크림

by 육순달



아이 스크림

네 개나 먹고서는

죽고 싶은 밤












이 밤이 못내 죽고 싶다. 세어 보니 종일 막대 아이스크림을 네 개나 먹어치웠다. 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날엔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온다. 틀림없다. 먹는 것은 항문으로 빠져나오는 것 말고도 생각감정 형태의 똥과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배달음식을 멀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데 내 기분이 햄버거를 먹고 나면 아주 조까타진다는 사실도 요즘에야 확신하게 됐다. ‘청년’과 ‘열정’ 따위를 앞세우는 프랜차이즈 음식들도 못지않다. 그들의 땀은 짙은 독기를 품고 있다.


육신이 죽겠으니 말마따나 죽고 싶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내 목소리를 빌려 장내 유익균들이 볼멘소리를 낸다. 뇌세포도 합창한다. 그러니 뽈록 나온 배라도 자주 어루만져 주어라. 아이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라. 일요일이랍시고 두 눈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할 게 아니라 일요일은 물론이요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부디 자신의 배꼽을 내려다보며 여보세요 나야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어라.




하이쿠 참 어렵다. 하이쿠의 지경으로 차원이 잘 안 넘어간다. 그러니 무식하게 갈아 넣을 밖에. 하이쿠의 성인께서는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했다. 이 낮은 옥상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은 아득히 멀기만 하고 새와 잠자리도 너무 빨라 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구나. 아침에는 뒷동산에라도 슬렁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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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