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 Hyun Im Jun 27. 2016

호빵 트라우마

개를 싫어하는 남자가 강아지를 만나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개와 강아지를 구분하지 않고

다 똑같이 '개'라고 부르는 부류의 사람이다.


이런 심리적 배경에는

어릴 적 사건이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웬만한 개들이 나보다 크곤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겨울 시골 할머니 댁엔 내 덩치보다 큰 똥개가 묶여 있었다.

추울 때 호호 불어 먹는 국민 간식 호빵을 들고

개를 보러 갔다.



쇠사슬에 묶여 있던

해맑은 녀석은 

주변에 똥을 몇 덩어리 뿌려두어

자신이 똥개임을 증명했다.

호빵을 먹으면서 개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쇠사슬의 길이를 잘 계산하지 못 한 탓에 일이 벌어졌다.


먹을걸 보고 흥분한 녀석은 내가 먹고 있던 호빵을 물려고 입을 벌렸다.

놀란 나는 움찔 피했고

그 똥개의 입엔 호빵 대신 내 팔목이 물려졌다.

세게 물리진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많이 놀랐었다.


그 이후로

호빵을 먹지 않는다

개만 먹는다



호빵 트라우마 때문이다.






보통의논리 사무실에

인턴이 들어왔다.


내가 물렸던 개와는 다른


정말 강아지다.



처음 강대표 품에 안겨서 출근했을 땐 정말 낯설었다.

생후 2개월의

포메라니안으로

완전 베이비다.

이 강아지 덕에

안 그래도 좋은 사무실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특히 내 신발 속을 좋아한다.

특별한 향을 찾는 것 같다.

비정규직 인턴 주제에

어디서나 잘도 잔다.

아니 주무신다.

이럴 줄 몰랐는데...

귀엽다

엎드려서 자고

옆으로도 잔다.

아직 아기라서 잠이 많은가 보다.

좁은 휴지케이스 안에 들어가는걸 좋아한다.

그렇게 식빵이 된다.

참 이름이 뭐냐면...

저 작고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죠스다.


죠스도 내가 처음 이겠지만..

나도 이렇게 가까이서 강아지와 생활하는 것이 처음이다.


아직 똥, 오줌까지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조금씩 정이 들어간다.


하지만

주변에 강아지와 사별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인지

한편으론 그 정이 무섭다.


그래도 언젠간

다시 호빵을 먹을 날이 올 것만 같다.












보통의논리 블로그에서

죠스의 인턴 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normallogic/220743425984


http://blog.naver.com/normallogic/220744024413

http://blog.naver.com/normallogic/220744941479

http://blog.naver.com/normallogic/220747442139


매거진의 이전글 스티키 몬스터랩 보틀에 취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