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 취미가 되었다
초급, 초중급, 중급 강습들에서 배운 패턴들을 활용하다 보면 어느새 음악에 할 수 있는 동작이 많아진다. 중급 강습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춤이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팔로워는 리더가 모르는 동작을 해도 패턴을 외울 필요는 없으니 부담 없이 출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좋은 음악인데도 나와 춤을 춘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춤을 출 때보다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혼자 춤추는 건 재미있었지만 같이 춤출 때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다가 춤에서 오는 즐거움을 내려놓은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때는 오히려 사람들과 얘기하고 술 마시는 시간을 더 좋아했다.
강습이 끝나고 춤추는 시간에 DJ 부스나 바 앞에 앉아서 달콤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하고 있으면 얼핏 분위기 좋은 호텔 바에 있는 것 같았다. 당장 영화의 배경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만족감이 들었다.
절반도 안 켜두어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현실이 아닌 별세계에 떨어진 것 같기도 했다.
춤을 추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나도 재미있게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춤을 추다가 들리는 큰 웃음소리는 새로운 동작을 시도하다가 실수하면서 만들어진 웃음이었다. 리더가 팔로워를 살짝 들어보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바닥에 같이 쓰러지기도 하고, 잘 안 되는 웨이브를 시도했는데 오히려 재미있어서 웃기도 한다.
춤추는 시간이 재미없었다면 내가 재미있는 동작을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처음엔 재미있게 추려면 더 많은 동작들을 알고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강습에서 배운 패턴은 어떻게 하는지 이미 강사들이 검증해 본 동작이지만,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동작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 시행착오가 주는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동작을 하면서 해보는 실수들이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실수가 만들어내는 재미 말고도 음악에 딱 맞추는 동작을 했을 때의 기쁨이나 파트너와 마음이 통한 것처럼 같은 동작을 했을 때의 희열에서 오는 재미도 있다.
처음엔 모르는 패턴을 하게 되었을 때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 춤추는 것이 마치 폭탄을 터트리는 것처럼 두려웠다.
조금 적응된 다음에는 배우지 않은 동작을 리딩에 맞춰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잘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지금은 새로운 패턴이나 새로운 댄서를 만나면 선물상자에는 뭐가 들었을까 설레며 포장을 뜯는 기분이다.
이런 재미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춤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풍덩 빠져버린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는 춤에서의 재미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한 술 한잔 한잔이 춤판에 남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다른 누군가는 춤판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에, 또 누군가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춤 자체가 좋아서 이 세계에 빠졌다고 한다.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계속 춤을 추면서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씩 더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