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생각해왔던 것들을 친구와 얘기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주고받았던 말들은 공기 중에 부유하다 빠르게 사라졌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속 시원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구석에 없지 않았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지식을 얻고 배우고 응용하는 것은 잘하지만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어색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중요시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서 왔는가.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허기진 채로 끊임없이 지식을 긁어모으다 어느새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 잊어버리는 악순환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 속에 있던 생각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즉 글을 쓰고 타인과 공유해야 했다.
글을 쓰면서 자기 검열의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했다. 이렇게 드러내도 될까 하며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지금이 아니라면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 다짐했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 애썼다. 부끄럽다고 느꼈던 감정들을 공감해준 사람들 덕분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30일 중 하루를 제외한 29일 동안 글을 썼다. 글을 쓰기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글을 쓰는 일이 편해졌다는 것. 그리고 전보다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표현하게 된 것이다. 불안해지면 휘청거렸던 과거에 비해 땅에 단단히 붙들어 매고 받아들인다. 탈피한 사고방식은 새 옷을 입은 듯 어색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런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문장들의 무게를 체감한다. 글로 떠나간 생각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이고 태도이고 영감이 된다. 단 한 줄이라도 의미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묵직한 감정들을 꼭 안아본다.